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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 Lounge May 18. 2022

나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착각

넣어둬..

퇴사를 결심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하던 이들이 있었다.

"이 회사는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일도 없는 파트장은 지금까지 내 덕분에 실적 보고했는데 이제 욕먹겠네" 

"주 고객은 다 나만 믿고 있는데, 나 없으면 고객 다 잃는 거지" 

"나 없으면 지금 이 연구도 못 끝낼 텐데 우리 파트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지"  

"나 없으면 매출 뚝 떨어질 텐데 회사 오래 못 가겠지"


무수히 많은 경험에 비추어 대게는 이렇게 전개가 된다.

그의 빈자리는 그보다 더 나은 경력과 능력을 지닌 새로운 이가 채우게 된다. 

그가 회사에서 오랜 세월 근무하며 자신이 최고라 여기고 자만에 빠져 행동하는 동안에도, 회사 밖에는 월등히 많은 경험을 지닌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기회에 알게 된다. 

내 그늘 밑에 가려 잡다한 일들만 도맡아 하던 주니어가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고, 능력을 보이며, 진가를 발휘한다.  

우리는 이 주니어 직원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가 없어진 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직장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아니면 엎어질 것 같던 이 연구, 이 과제, 이 프로젝트들은 나머지 인원들과 새로운 인원이 합심하여 잘 이끌어나간다.  

그들은 이런 업무는 나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늘 소중한 밥그릇 챙기듯 끌어안고 일해왔다. 하지만, 그 업무들은 잠시의 노력과 공부를 통해 동료들도, 후배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실은, "나만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나 혼자만 하고 싶어"는 아니었을까?

나만 신뢰하고, 나만 찾는 것 같던 고객들은 새로운 담당자와 더 두터운 신뢰를 구축한다.  

새로운 담당자가 제시하는 변화와 업무 방식들에 놀라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더디게 흘러가던 업무가 속도를 내기도 하며, 기분이 좋아진 고객은 기존 담당자(=퇴사자)와 일했을 때의 고충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웃으며 큰소리치던 이들이 떠난 후에도, 모든 것은 너무나 잘 돌아갔다.

남은 자들은 그들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회사는 어떻게든 참으로 잘 돌아간다. 떠난 이가 거들먹거리며 말하던 "나 아니면 안 될 텐데"를 떠올리며 남은 이들은 웃었다. 혹자는 회사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쉽게도 직장이라는 곳에는 대체 불가능한 역할이란 없다. 


회사는 변화가 필요한 곳이다. 내가 떠나도 회사는 성장할 것이고, 나 역시 "내가 제일 잘 났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곳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나는 마당에 회사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Image source: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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