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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ul 21. 2024

들리지 않고 보이는 세상

- 나는 지금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래전 지하철에서  본 한 장면


두 사람이 손과 표정 그리고 다소 과해 보이는 몸짓으로 열렬한 대화를 하고 었다.  아무런 소리 나지 않는데 그들의 대화는 신나고 즐겁고 때로는 감정이 마구 솟구쳐 나오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들의 감정을 따라갔다.  그냥 따라만 갔나?  아니다.  그들의 대화를 보며 나의 마음도 얼굴표정 변하 기한 경험을 했었다.  그 시대에는 손으로 주고받는 언어를 수화라고 칭했.  하게 세월 흘렀고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및 시행돼서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  2016년 2월 3일 그런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더라.


퇴직하고 앞으로 무슨 재미나는 일로 신나게 살아볼까 생각이 많았다.  한 가지 명백했던 것은 30년 이상 해 왔던 그 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  세상 일이 좀 거시기하 그러하듯


- 어디에 있는 정의가 모두를 위한 정의인지

- 이 세상에 정의란 것이 도대체 있기나 한가


싶을 정도로 늘 정의란 것과 특히 평등함에 목말라 해온 나는 어쩔 수 없다지만 때때로, 그것도 자주 회사의 이익을 위해 매우 주관적이지만 나의 정의 쓰레기통에 ...  넣어야 다.  살면서 그런 일들을 앞으로도 안 할 수는 없지만 최소화해 보겠다는 기준을 세운 것이다.


그 기준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오랜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오래전 지하철에서 본 광경-을 건져 올렸다.  밥벌이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나를 나누는 일에 본의 아니게 인색했었다.  하루 한 끼 정도 먹고(너무 빡센가 ㅋㅋ) 사치하지 않으면 연금 나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경제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일도 괜찮았고 그래서 수어를 배워 우선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 하게 되었다.  


2023년 중순부터 수어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찾아보다가 우연히 옆동네 구청에서 운영하는 수어통역터에서 올해 4~5월부터 교육을 한다고 해서 그 교육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5월 수어교육이 시작되었고 수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몇 배로 재미있는, 어떤 면에서는 너무 신기한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한국말 글을 통해서 교육이 진행되니 무조건 나에게는 영어보다 울 것 같다는 느낌.  대한민국 영어교육, 언어를 지식으로 가르치는,  받아본 람들은 다 아는  망할 놈의 교육방식.  수어가 쉬운 언어라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답답할 땐 한국어로 또 몸짓으로 질문과 답변이 가능하다는 것은 수어를 배우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나의 뒷배가 되어주는 느낌 장착하고 보아야 해석 가능한 세상으로 걸어갔다기보다는 수어가 너무 재미있어 미친 듯 돌진했다. 


청각장애자 중에 수화가 제1의  언어인 사람들을 농인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들이 사용하는 "보이는 언어" 상을 탐험하려 한다.  수어는 언어인데 나의 손, 얼굴 표정, 눈빛과 몸짓을 다 섞어야  의사 전달이 된다.  그래서 수어를 배우면서 든 생각이 배우들이 이것을 참 잘하겠구나였다.  그래서 당차게 팔자에 없었던 배우가 되어보자 했다.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나를 깨워서 생경스럽지만 신기할 것 같은 다른 자아를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수화를 배우면 쓸데가 엄청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청인 대부분 우리는 무엇을 하든 신체적 제약이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많이 겪지 않는다.  농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은 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청인들이 주류인 사회에서 동사무소, 은행, 병원 등의 일들이 해결된다.  생각해 보니 그분들 참 불편할 것 같다.  2016년 이후 그리고 코로나로 인하여 수어통역사가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어가 무엇인지 인지하되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고 나와 함께 수어를 배우는 32명의 수강생들의 단 몇 퍼센트라도 두 언어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다행한 일일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나는 어제 그제 배운 수어를 기억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손움직임과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표정과 몸짓(비수지표지)을 연습 중이다.  배우가 멋진 연기를 위해 피나는 연습과 맡은 역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듯 나도 끊임없이 원어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내 수어가 정확한가 농인의 문화가 녹아있는 수어를 하는지 자기 검열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언어, 즐겁고 기발한 언어, 사람의 역사가 진하게 묻어 있는 언어 - 수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수어 #농인 #보이는세상 

#이길보라 반짝이는박수소리 #코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수어통역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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