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시대적 배경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때는 197*년~198*년의 일입니다)
무모한 도전 1
중2, 동네 도서관에 공부하러 갔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매점으로 먼저 갔습니다 도서관 매점 라면이 최고였으니까요 ㅎㅎ. 언니야들이 조잘거리며 떠들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돈 벌면서 야간 대학 다니면 된다네" - 헉 이거 뭐지 이런 신박한 방법이 있냥!! 6남매의 둘째. 모두 3살 터울 중고등학교 등록이 일시에 이루어지는 나쁜 터울 ㅎㅎ. 그 순간 나는 착한 딸 모드를 바로 장착합니다 그래 저거네, 멋지네. 그리하여 나는 상고를 가겠다고 떼를 썼고 부모님, 담임샘 등 어른들은 왜 네가 상고를 가고 야간 대학을 가겠다고 하냐 낮에 다니는 교대나 사대를 가서 얼른 졸업하고 돈 벌어 니가 소원하는 동생들 공부시키면 되지. 이런 훌륭한 조언을 다 뿌리치고 나는 상고를 갔고 체질에 맞는 않는 공부 하느라 개고생 하고 결국 졸업하고 무역회사 입사. 그때는 대한민국 직장인 80%는 수출역군이었을 거임. 나도 그리 되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지가 알아서 바람직한 수출역군이 되겠다고 낮에도 밤에도 일하고, 밤새워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일. 일. 일. 입사하고 야근이 시작되는 그 순간 나에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인생 첫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대학 가려면 학원 가서 공부해야 하는데 퇴근을 안 시켜주네.....
이런저런 사정은 다 두고 9시로 정해진 아버지의 자체 통금시간을 못 지키는 둘째 딸에게 무척 화가 나신 울 아버지 회사에 전화를 합니다. 전화받는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로 그리고 아주 큰 소리로 "간나들 왜 애를 집에 안 보내주고 그러냐 이러면 내일부터 애 회사 못 보내" 나의 아버지는 무척 엄하고 ㅈㄹ무섭고. 세상 모든 기준은 아버지 당신의 생각이므로 아버지가 이런 전화를 하면 회사에서 딸자식 입장은 어찌 될지 전혀 고려하지 않으시는 너무 멋진 분, 그 전화로 딸내미가 회사 그만두고 공부해서 대학 가기를 바라셨나 ㅋㅋㅋ. 암튼 그런 전화를 받은 회사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퇴근시간 7시, 모두들 저를 쳐다봅니다 우리 집에서 전화 올까 봐 ㅎㅎㅎ.
결국 그 도서관에서 결정되어 버린 세상 1도 모르는 조그만 가시내의 막무가내 인생 항로 결정은 입사 한 달 만에 박살이 나버립니다. 바바 바바박!!! 오기가 생깁니다 뭐 1년도 못하고 그만 두면 안되지 그리고 나는 1년을 채우고 간호대학(이것도 긴~~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큰 그림)을 목표로 회사를 그만둡니다.
- 여기서 살짝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제 인생 드라마를 조금 스포 하면 간호대학 못갔슴다 아니 안갔슈. ^--^
"아니면 빨리 돌아서야 한다"가 나의 소신입니다. 그런데 직장 1년 - 학교 개근상과 비슷한 의미로 끝까지 채워보았습니다. 쓸데없는 채움이었습니다 진짜로 ㅋㅋ.
인생에서의 첫 실패...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거 안되네"라고 더 자주 말했던 것 같고 그래서 실패가 뭔지 실패의 두려움이 뭔지 잘 몰라서 그 이후에도 나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되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