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위주의 식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어...? 이거 나에게도 현실?" 하는 순간이 올때가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해산물에서 바다향기가 즐거움 이상으로 느껴질 때가 오면 이제 그 해산물을 먹기가 힘들어지면서 서서히 멀리하게 된다. 그런 과정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이제 거의 해산물도 먹지 않게 되었다. 가끔 감바스 만들 때 사용하는 새우도정종 같은 것으로 해산물 특유의 향을 좀 없애야 먹을 때 거부감이 덜 든다. 매년 지인이 보내주는 굴도 간곡히 부탁하여 지난 12월에 받지 않았다. 이제 굴의 향이 나에게는 더 이상 맛있는 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먹은 한 끼다.
현미밥에 만들어둔 무청시래기나물 올리고 들기름 두르고 생들깨 한 숟갈 뿌리고 찐 양배추 한쪽 올려서 동치미와 먹었다. 꼭꼭 오래 씹으면서 "내가 이것을 다 만들었구나 너 참 재주가 있다" 자화자찬하며 먹었다.
요즘은 고압의 스텐전기압력솥으로 현미를 불리지 않고도 바로 밥을 할 수 있기도 하고 현미밥이 부드럽게 되니 이전보다 밥맛도 훨씬 좋아 현미밥도 불편 없이 먹게 되었다.
바쁘고 시간이 너무 없으면 소중하지만 끼니를 내손으로 챙긴다는 것은 되려 부담이다 그래서 즐거운 식사여야 하는데 먹고살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돼하는 생각을 나도 한 적이 있다. 이제 시간이 좀 있다 보니 음식을 만들고 밥상 차리는 것이 행복이구나 한다. 혼자더라도 혹여 시간이 된다면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기보다는 때로는 간단하게 내손으로 챙겨 먹는 것은 어떨까 하여채식지향자의 밥상을 자주 선뵈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