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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Feb 02. 2024

필리핀 보홀이다 3

- 고래상어야 미안해...

여행보다 출장을 많이 다닌 나는 족적을 남긴 나라는 많으나 실제로 여행을 한 나라는 3개국 밖에 없다.  그래서 넘들의 여행 사진이나 글이 신기하고 부러울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물론 여행이기는 하나 목적이 다이빙을 주로 하겠다고 왔기 때문에  여행만 하는 여정과는 좀 다르기도 하다.  그래도 보홀에 오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몇 가지는 꼭 하리라 다짐했다.


하나, 바닷속에 들어가 열대어 보며 같이 헤엄 치기

둘, 거북이 보고 같이 헤엄치기

셋, 고래상어 보러 가기


세 가지는 보홀에서 유명한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같이 온 친구의 일정이 2주밖에 안 돼서 다이빙 트레이닝 중간중간에 짬 내서 이 세 가지를 하기는 다 했다.  물고기와는 같이 헤엄치며 너무 신기한 시간을 보냈지만 거북이는 사라지는 뒷모습만 아련하게 보고 왔다.  인터넷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투어 상품이 좀 비싸기는 하나 사진도 잘 찍어주고 말도 잘 통하겠지 하면서 신청한 고래상어 투어는 결국 사진은 현지인이 찍어주는 것이라 광고성 사진과 거리가 상당한 무늬만 "그 투어임"을 알 수 있는 난리뽕짝스런 사진을 받았다.  이야기하려는 것은 사진의 품질이 아니고 고래상어 투어에서 내가 받은 충격과 고래상어에게 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에 가까운 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미리 알았다면 안 했어 안 했어...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61445&cid=40942&categoryId=32545

투어 가기 전에 나는 좀 궁금했다.  어떻게 고래상어와 사람이 저렇게 등장하는 사진이 가능할까?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물속에 들어간다 치더라도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물에 들어가자 말자 알게 되었다.   배에 탄 누군가가 고래상어의 먹이인 크릴새우를 한 바가지씩  물속으로 막 퍼부어 넣었다.  투어 가이드인 현지인들이 갑자기 우릴 향해 "Look down"이라고 외쳤고 얼떨결에 머리를 물속에 처박았더니 이런 사진이 찍혔더라.

고래상어가 입을 벌리고 물속에 던져준 크릴새우를 먹고있고 순식간에 투어의 목적인 사진이 완성된 것이다.

내가 상상한 것은 그냥 고래상어가 물고기들처럼 물속에 있고 우리가 잠시 그곳을 갔을 때 운이 좋으면 고래상어를 보리라는 너무 순진무구한 생각을 하고 갔던 것이었다.  고래상어도 배부르면 아무리 먹이를 주어도 안 먹을까?  

고래상어는 그중에 배가 고픈 놈이라 먹이를 주는 그곳으로 온 걸까?  이런 관광상품이 만들어낸 부작용은? 등 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내가 고래상어에게 너무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잠시 순진했던 내가 너무 싫었다.  투어를 한 날은 일요일이라 사람도 정말 많았다.  고래상어를 보겠다고 또 사진을 찍겠다고 물속에서 버둥거리며 고래상어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우리들.  다른 관점에서 그냥 좀은 가볍게 잠시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나에게는 동물에게 먹이로 유인해서 인간과 함께하는 억지 춘향을 만드는 그 과정이 심히 불편했다.  수족관 돌고래와 뭐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라는 심한 비약의 상태까지 가버렸다 ㅠㅠ.


같이 갔던 친구도 거북이를 보러 갔을 때 그냥 거북이가 안 보이면 못 보는 것처럼 고래상어 투어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좀 아니야 아니야 하며 서로를 쳐다보며 둘 다 울기 일보직전의 표정을 나누었다.


그날의 그림일기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해도 각자의 가치관대로 사는 것이니 이것을 하라 마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데 뭔가 내가 모르는 이유와  장점도 있을 수도 있다.  그 이유와 장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내 눈에 비친 그 모습은 동물이 먹이를 찾고 먹을 만큼 먹고 하는 자연스러움을 훼손 하는 것 같아 그냥 싫었다.  궁금하게 생각한 부분을 미리 좀  찾아보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간 자신이 너무 등신 같아서 ㅠㅠㅠㅠㅠㅠ 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아이구 이 등신아.........부끄럽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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