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림이 좋으면서도 출근 시간 맞추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던 겨울의 이불속. 더 이상 그 결단이 필요하지 않은 나는야 시간부자, 퇴직자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갱년기 증상으로 방에서 못 자고 거실에서 잠을 자는 나는 아침상을 차려주고 곧바로 이불속으로 들어와 눕는다. 따스하고 좋다. 아침 뉴스를 보며 식사하는 친구의 뉴스 브리핑을 들으며 몇 마디 반응도 해주면서 그의 출근 준비가 심심하지 않도록 친구의 역할도 성실히 한다. 아직 어둑어둑하지만 드뎌 그가 "간다"를 외치면 "응, 잘 가"를 끝으로 나는 다시 어깨까지 이불속으로 밀어 넣으며 따스함을 또 즐긴다. 그리고 "아... 좋아라" 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친구야, 덕분에 이 이불속이 부담 없는 따스함으로 가득하구나, 고맙다. ^.^.나의 법적 남편이자 친구 그리고 사람 좋은 동거인은 이런 나를 보며 아무 말하지 않고 오늘도 기꺼이 밥벌이터로 나갔다. 한번 더 고맙다. 너도 곧 퇴직을 앞두고 있으니 조만간 같이 신나게 놀아보자. 그때까지는 성실한 가장을 부탁한다.
오늘도 나는 수영을 가지 않고 물속 대신 이불속을 택했다. 감기 바이러스가 희생양을 열심히 찾고 있는 이 계절은 이불 밖도 집 밖도 위험하므로. 얼마 전 수영을 하고 찬바람 맞으며 한 시간 이상을 걸어 다니며 일을 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차가운 바람 잔뜩 먹은 몸은 재채기를 해대며 너 곧 감기 앓겠다며 겁을 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새벽 6시 10분 집을 나서야 하는 수영을 포기하고 매일 아침 이불속 꼼지락을 즐기고 있다. 한 때, 돈을 지불한 모든 것에 최선 이상을 다 하던 나는 이제 그 볶아치는 내가 버거웠는지 지불한 수강료는 수영을 가지 않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수영인 행세 하는데 잘 써먹고 있다. 곧 날이 풀리면 씩씩하게 6시 10분에 집을 나설 것을 잘 알기에 이런 요즘을 "뭐 어때 감기 걸리지 않은 것이 최선이지" 하며 나의 나태함을 굳이 나태하다 하지 않고 감기방어에 매우 적극적인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가 나가고 나면 이미 다 깨어버린 잠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이다. 눈을 말똥히 뜨고 남들은 물속을 열심히 오갈 때 나는 오늘 무엇을 할까 생각을 시작하지만 따스함 때문인지 가끔은 나도 모르게 졸고 있다. 머리는 온통 까치집을 하고 끄덕끄덕 조는 나, 진짜 너무 못생겼다 ㅋㅋ.
이렇게 시간 많으니 이거 해 저거 해 해며 나를 채근하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 자신을 가만히 두는 나 스스로가 지금까지와는결이 좀 다른 살아가는 기술을 터득한 듯하여 대견하다. 솔직하자면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게으름뱅이도 좋고 우유부단한 인간도 좋고 다 좋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번 살아보자 내 꼴이 어찌 되는가 보게. ㅎㅎ 그녀의 최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