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섭지 않았겠어
동생들을 숨겨놓고 숨죽여 있을 때
어디 멀리도 못 가고
사람들 발소리가 날까 귀 기울일 때
나는 느껴보지 못해 본 두려움이었을 거야
어른인 내가 생각해도 눈을 질끈 감게 되는데
열여덟 귀하고 귀한 나이에
나라를 위해 부모님과 함께 태극기를 그리던 밤,
우리네 미술대회처럼 만들기 시간처럼
왁자지껄 하지 못했던 그 밤.
그 밤이 지나고 어른들을 향해 외치던 너의 외마디가
오늘 내 귀에 스쳐 지나가더라
그 소리에 내 눈가가 젖는 건 당연한 듯해
너라고 왜 무섭지 않았겠니.
잡히던 날. 너를 끌고 가던 외국순경들을 보며
네 눈은. 네 마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네 기도문을 보며 네 한탄하는 외침을 들으며
감히 입을 열 수 없어 입술을 깨물었어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너무 고맙다고.
잘 살겠다고.
주변도 잘 살도록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계속 잘라내겠다고.
다짐하며 눈을 감고 기도해
자랑스러운 그녀.
자랑스러운 그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