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봤잖아요
'회원님 살쪘죠?"
'뭔소리야? 어제 봤는데 오늘 살쪘냐니' 레슨받은지 어느새 6개월이 넘어간다. 그렇다는 것은 이런 눈치없는 말을 하는 프로님과 6개월을 주에 이틀을 빼고는 매일 봤다는 말이다. 남편과 노후에 취미로 해보겠다고 시작한 골프였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프로선수 할것도 아니고 공만 맞추면 되지란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다니고 있다. 걱정이 많은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큰 맘먹고 도전을 한 스포츠이다. 운동신경없고 끈기없고 저질 체력인데도 6개월이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골프를 꽤 재미있어한다는 거다.
프로님도 좋은 남자분이다. 나무막대기 같은 나를 그래도 스크린게임정도 칠줄 알게 만들어주셨고 제법 수다도 자주 떤다. 딱 하나 가끔 눈치없는 말을 하신다. 뭐 어지간한건 그냥 듣고 넘기면 되는데 나의 최대 약점인 "살쪘다" 이건 매번 들을때마다 호흡이 빨라지고 미간이 찌푸려지는 기분이다. 세상 대부분의 여자들은 본인이 살이 쪘다라고 생각한다.나역시 다이어트는 나의 평생 숙제인양 매일 몸무게도 확인하고 과식한 날은 죄책감 가지며 다음날 조금 절식도 하며 나름의 관리란걸 하고 있다. 최근 1년 가량 몸무게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물론 빠지지 않은 채 유지지만 더 안찐게 어디냐며 나자신 칭찬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이게 무슨 소리냐고.
"회원님 어제 많이 먹었어요? 살쪘죠?" 아니 설사 내가 부어보여도 그런 말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는말아닌가. 그것도 어제 보고 그전날 보고 내리 3일을 매일 봐놓고 오늘 쪘냐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이냔거다.
정말 억울한건 전날 저녁은 먹지도 않고 살짝 고픈배를 참고 야식의 유혹을 당당히 뿌리친 아주 기특한 나자신이였단말이다. 아침을 그럼 32첩 반상으로 거하게 먹었느냐하면 그것도 당연히 아니고 공복으로 연습을 온 나에게 잔인한 한마디를 하신다.
"아니요. 살 안 쪘는데요" 머리는 골프공만 보며 나름 이를 악 물고 반항해본다. '레슨 안봐줘도 되니 나에게서 제발 멀어졌음 좋겠네' 이런 간절한 기도는 들어주질 않으셨다.
"진짜 안쪘어요? 살 안쪘어요?" 원, 투, 쓰리펀치까지 기어이 날리고 만다. 레슨때보다 더 가까운 거리로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밀고 확인의 확인을 하신다.
'저한테 왜그러세요. 많이 먹고 자서 붓기라도 했으면 아님 1키로라도 늘었음 억울하지나 않지'
"저 안 쪘어요. 옷에 따라 부어보이기도 하겠죠" 결국 내가 인정을 해야 끝나는가. 공을 몇개 치지도 않았는데 채를 잡은 손은 흐느적 볼의 방향도 와이파이를 그리고있다. 한달만에 보기라도 아니 일주일만에 보기라도 했음 '몸무게는 그대로지만 내가 좀 부었거나 쪄보이는구나' 생각해 볼법한데 바로 어제 24시간 전에 봤는데 이 무슨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냐고. 사실 이번 한번이면 그날이 유독 내가 좀 부어보였구나 싶을텐데 이말을 무려 2주간격으로 듣고있다. 마치 처음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처럼 저 멀리서 달려와서 원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넌 모르는거 내가 발견했으니 알려주께란 표정으로 "회원님 살쪘죠?" 멘트를 날린다. 이쯤되면 모두가 궁금하고 나도 궁금하다. 내가 진짜 쪘나보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시선엔 살이 쪄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내 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같이 연습다니는 친언니에게 묻는다.
"나 살찐거 같지?"
"아니 뭐 맨날 봐서 모르는걸수도 있지만 전혀 아닌데"
'아니야 언니는 날 위로 할수도 있으니 정확하지 않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거의 1년정도 만에 보는 친구에게 다짜고짜 묻는다.
"나 살찐거 같지?"
"뭔소리야. 넌 내가 언제나 말하지만 평균이야. 안빼도 되겠구만 맨날 다이어트한다고 난리잖아.안쪘어"
이친구는 찌면 분명 쪘다고 말해줄 친구였다. 친구까지 아니라니 아닌가보다 하고 기억에서 지운다. 나란 사람 단순하단말이지.
그러고는 열심히 공을 치러 가서 땀도 빼고 골프 이거 어렵구만 하며 신나게 다닌다. 그러고는 모든 나의 기억이 지워졌을때쯤 잊으면 안되는 중요한 암호인것 처럼 또 확인을 하신다.
회원님, 살 쪘죠?
"어제 보고 오늘 보는데 살쪘냐니요."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며 싫은 소리 잘 못하는 나는 소심하게 반항하며 꿈틀거려본다.
'(프로)님아. 제발 날 내버려둬요'
몇번의 잔인한 질문이후에 그소리 듣지 않는게 목표가 되어버려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운동복을 고이 넣어두고 오로지 검정색 상하의로 맞춰입고 다닌다. 매번 들어도 익숙해지지않는 그 단어를 다시 듣지 않기위해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검정색에 나를 숨겨본다. '2주만 견디자. 곧 레슨 만료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서로 적절한 거리와 공간을 인정해주고
그대로 놔두는 것입니다. -김창옥-
제목사진출처: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