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못해 너무 아쉽다
“2기의 드레스코드는 블루입니다”
대부분이 무채색인 겨울옷들 사이에 용기 내서 샀던 딱 하나의 컬러. 파란 가디건이 마침 있다. 어색하진 않을까 지방에서 2시간 보고 가는 게 맞을까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드레스코드 블루란 소리에 ‘나 있는데! 골드면 난 못 갔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야 할 운명이었다. 바로 기차표부터 예매하고 가는 길 찾아보고 그날 나 없을 테니 부자지간서 시간 보내라 미리 통보까지 했다.
그때부터 작가님들 이름과 필명 외워도 보고 어떤 말을 할까 상상도 해보고 혼자 뻘쭘히 있지 않을까 괜히 톡방에서 응석도 부려보고 설레고 있었다.
나에겐 큰 용기와 도전이었던 ‘슬초브런치프로젝트’가 어느새 끝나간다. 시작도 전에 겁먹고 고민하고 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어느새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적고 있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백여 명의 동기들도 생겼다. 늘 집에 있는 나에게 어디서 이런 귀한 인연이 생기겠는가. 얼굴은 잘 몰라도 내 이야기에 축하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큰 힘이 되는 것을 느꼈다.
혼자 강의만 듣고 스스로 해내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소속감이 생기니 든든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는 용기마저 충전이 된다. 강의 과제에 따라 처음의 다짐도 글로 적어 발행해 보고 5년 후의 재미난 상상도 글로 적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가슴 뛰는 감정이었다. 그런 동지들이랑 나를 여기로 이끌어준 선생님까지 뵙는다니 걱정보다는 이제는 가야만 한다는 결심이 되었다.
전날 이쁘게 보이려고 팩도 한 장 붙이고 옷도 미리 꺼내서 섬유향수도 뿌려놓고 매우 들떴다.
그때 울리는 전화. 외할머니의 부고였다. 슬펐다. 분명 슬프고 마음이 아픈데 또 한편은 내일 당장 가지 못하는 아쉬움도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일단 기차표취소 하고 동기들에게 알리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내 마음은 자꾸만 아쉽고 자꾸만 기차표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잠시만 금방 다녀올까?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계속 갈팡질팡 잡히지가 않는다.
다음을 기약하며 나의 파란 가디건을 고이 접어 넣었다.
정신이 없는 며칠 동안 후기들을 한 번씩 들어가 보고 또 아쉽고 허전하고.
여전히 활기찬 동기톡방에 안심을 하며 다시금 같은 길을 향해 따라가야겠다. 지난 6주 동안 별다른 활동은 못했지만 많이 의지하고 힘을 받은 것 같다.
우리 슬초브런치팀들 다들 지치지 말고 함께 팔자 펴봐요.
왜 그럴 때 있잖아.
아무 말 없이, 그저 연결되어 있는 것만으로
안심되는 순간 말이야.
-달다<일단 좀 울고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