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분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건행!”
엄마와의 통화에 마지막 인사말은 “건행”이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임영웅’님께서 늘 건행이라고 인사를 하신단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지금 영웅시대이다. 임영웅 님의 팬클럽 이름이 영웅시대.
내가 기억하는 지금까지의 엄마모습은 아빠가 계실 땐 아빠의 조금은 과한 사랑에 혼자서 하는 취미보다는 늘 함께 다니시는 모습이었고, 아빠의 부재 후에는 일을 열심히 하시는 워커홀릭의 모습이다. 그런 엄마 인생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웃음 짓게 하는 그분이 등장하셨다. 미스터트롯 시청하시다 웅며드신 듯한데 그즈음 나 역시 덕질 중이었더랬다. 나의 덕질 히스토리도 풀어낼게 만만찮으니 다음 기회에 할 것이다. 음악 듣는 건 좋아하셨으니 노래가 좋아서 그러나 보다 하셨는데 주변의 온도,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10대들의 아이돌 덕질 못지않게 열성적이다. 어느 날은 엄마집에 갔더니 임영웅 님이 광고한다고 피자를 시켜 먹고는 피자 포장 용기를 오려서 냉장고에 붙여놓은 것을 봤다. 나름 덕질 선배라고 좀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유튜브, 카페 할 것 없이 모두 전수해 주고 응원봉부터 굿즈 티셔츠까지 싹 안겨줬다. 아빠 돌아가시고 그렇게 해맑게 웃고 행복하시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그렇게 엄마 인생에 활력과 버팀이 되어준 덕질은 제대로 자리 잡았다.
콘서트 가보고는 싶은데 그것까지 챙겨가는 건 좀 무리지 않을까 하는 엄마를 오버스럽게 부추겨서 “전국 콘 다 가도 하나도 무리 아니지”라고 큰소리쳐버렸다. 마의 티켓팅이 남아있었다. 나름 몇 년 덕질하는 동안 갈고닦은 콘서트 티켓팅 실력을 이렇게 발휘할 때였다. 타이머부터 맞춰놓고 핸드폰, 노트북, 패드까지 세팅완료. 4초 전부터 새로고침하고 창이 열리길 기다린다. 이 시간은 친언니도 남편도 모두 이 화면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운이 좋은 건지 정말 다행히도 콘서트를 하고부터는 한 번도 빠짐없이 보내드리고 있다. 효도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직접 현장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처음 콘서트 다녀오신 날은 가는 길부터 도착해서, 입장해서 빠짐없이 설렌 마음을 사진으로 보내주신다. 스스로 본인 사진 잘 안 찍으시는 분이 영웅님 피켓 앞에서 수줍게 웃으시며 찍고 그 모습은 정말 소녀 같았다.
나 역시 온 열정으로 빠져본 적이 있어서 엄마의 지금 기분이 어떨지 생각하니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좋은 노래 계속 불러주고 콘서트 열어주고 선한 영향력주는 영웅님이 그저 감사하다. 한 번은 티브이에서 “영웅시대분들 건강검진 미리 꼭 받으세요” 했던 적이 있는데 검진율이 올라갔단 기사도 봤다.
엄마의 인생이 많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바쁜 출근길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즐겁게 가시고, 적적한 시간에 영상들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엄마.
엄마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영웅님, 노래 많이 발매해 주시고 콘서트도 자주 해주세요.
내년의 상암콘서트 티켓팅을 위해 손가락 운동을 해야겠다. 이 딸들만 믿어요.
청춘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사무엘 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