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하는 건강검진.
미리미리하는 건강검진이 최고의 예방이라는 생각에 언젠가부터 매년 꼬박꼬박 종류대로 하고 있다.
매년하고 있지만 마흔이 넘어서부터는 검진이 무서워졌다. 크게 아프지 않으려고, 크게 아플 거 미리 알고 작게 아프려고 하는 건데도 검진이 두렵다.
저혈압을 넘나들던 내가 병원 혈압계에 팔만 넣어도 심장이 벌떡벌떡 뛰어서 자꾸 수치가 높게 나오는 건 이제 선생님도 그러려니 하신다. 당당하게 당일 가서 피 뽑던 나의 자신감도 이제는 쪼그라들었다. 피검사에 영향 갈까 봐 일주일 전부터 식단을 관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일 떨리고 두려운 건 유방검진이다. 초음파 보시는 선생님의 손이 잠시만 한 곳에 머물러도 ‘왜 계속 여기만 보지? 뭐가 있나?’ 갖은 생각들이 맴돈다. 그러다 다른 곳을 보면 또 안심했다가 다시금 고개를 갸웃하신다거나 한숨소리가 들리면 그게 무슨 선고를 내리는 마냥 쪼그라든다. 1년에 한 번 이상 없고 내년에 보자는 말을 들어야만 다시금 마음을 놓고 안도를 한다.
아빠가 내 나이쯤이었을까 그렇게 건강 검진을 가보라고 했는데 그저
“무서워. 가면 없던 병이 다 나오면 어떡해. 그냥 모른 채 살다가 갈래” 이런 말을 했었다. 그땐 ‘아빠는 겁이 뭐가 그래 많아서 가서 문제 있음 얼른 치료하는 게 낫지’ 이러고 말았는데 내가 마흔이 되고 건강이 중요해짐을 느끼니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미리 검진해서 예방하는 게 좋지라는 마음과 검진했다가 병을 알게 되는 두려움이 매번 함께 느껴진다. 운동이라면 숨쉬기도 겨우 하던 내가 운동을 하기 시작하고 채소라면 다 골라내며 먹던 습관에서 애써 찾아서 채소 야채를 먹는 것만 봐도 어쩌면 두려운 마음을 덮으려는 노력인 듯하다. 그렇게 미리 검진을 거부하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쓰러지시고 결국 못 일어나시고 먼 여행을 떠났을 땐 지나가는 구급차 소리에도 주저앉아 울곤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건강염려증이라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겨드랑이가 뻐근해도 유방 쪽 문제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검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병원 가서 검사를 받고, 체해서 배가 아프면 바로 다음날 위내시경을 해보고 매일이 온갖 걱정거리를 싸매고 살았다. 정말 삶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졌고 나도 점점 우울의 늪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할게 아니라 차라리 운동을 하고 즐거운 생각을 하며 신나게 살아보자로 생각을 전환해 버렸다(물론 엄청나게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래도 문득문득 어디 아픈 건 아닌가 그래서 내가 가족들을 고생시키면 어쩌나 걱정거리들이 한 번씩 덮쳐오지만 다시 마음을 돌려 일단 크게 웃음 지어본다.
까짓 거 내 생각만큼은 내가 마음대로 할 거야. 걱정과 두려움은
일단 저리 가.
센척하며 파워워킹을 한다. 내년 검진까지 잘 지내보자.
그래 그렇게 되면 참 좋겠지.
하지만 너무 애쓰지는 말자.
이 모든건 결국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려고 하는 일들이야.
애먼 데 애쓰다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주 그렇게 되뇌어야 했다.
-김신지<평일도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