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준비를 하는 기간
나는 지금까지도 한국에서는 경찰차를 타 본 경험이 없다.
그런 내가 중국에서는 경찰, 소위 공안이라고 불리는 중국 경찰차를 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지금 해외에 있고, 중국에서 나는 외국인 이구나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많이 분들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중국은 여행에도 비자가 필요한 나라이다.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비자가 없이도 여행이 가능하다)
그렇긴 때문에 중국에서 머물기 위해서는 비자를 하고, 중국에서 지내고 있는 곳 근처 파출소에서 거류증이라는 것을 발급받아야 했다. 그래야지만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였고, 학교에서 해주는 비자 신청을 하러 간 나는 불안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나의 비자 만료일은 20일인데, 비자 연장 완료일은 21일이라는 것이다.
당황스러운 나는 학교에 그렇게 되면 나는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따져 물었지만, 학교에서는 그런 경우 많기도 하고 하루 정도는 문제가 될 것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외국에 살고 있는 모든 유학생들에게는 학교는 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제 막 어른이 된 어른이들을 도와주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비자 기간은 문제를 만들고 말았다.
비자 연장이 완료되어 여권을 찾은 나는 평소와 같이 거류증을 등록하기 위해서 근처 파출소를 방문하였지만, 당연히 거류증 연장 해야 하는 기간을 넘겨 버린 나는, 거류증을 연장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행정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이런 경우에는 파출소가 아닌 공안에서 나와서 처리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연락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예약을 해둘 테니 와서 가서 정리하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거류증 연장도 되지 않고, 공안에서 나와서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패닉이 된 나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네, 네'만 연발했고,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걱정하지 말라고 파출소에 있던 분들은 나를 다독여 주셨다.
더 이상 그곳에서 무언가를 더 할 수도 없었던 나는 일단 나와서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로 향했는데, 그 가는 길 동안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쳐와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던 학교가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후에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고, 그 이후에 해결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남의 일이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기에 너무 화가 났던 것 같다. 그들의 무책임함도, 그 말을 그대로 믿어버린 나도...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기에, 내가 지금 해외 생활을 하고 있구나부터 시작해서 당시에 누구도 나와 함께 일을 처리해 줄 수 없고, 오롯이 나 혼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해야 했기에, 타지에 있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을 느꼈던 거 같다. 어쩌면 그리고 그게 갑작스럽게 어른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어릴 때와는 다르게 누군가에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렇게 나는 다음날 아침 8시에 파출소에서 공안을 마주하였고, 공안차를 타고 조서를 쓰기 위해서 공안 본청(?)과 같은 곳으로 이동을 했던 것 같다. 가는 길에도 많이 떨리고 불안하고 무서웠다.
한국에서도 타본 적 없는 경찰차를, 중국 해외에서 경찰차(공안차)를 타고서 이동을 하고, 도착해서 조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지금도 잊을 수 없지만 2번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하다.
도착해서 나는 공안이 묻는 대로 대답을 했고, 당연히 나는 학교에서 괜찮다는 식으로 말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다행히 그때 공안은 친절했던 분이었기에 나에게 만약에 학교에서 그렇게 말한다고 하면 신고한다고 해라, 무조건 그 기간은 맞춰줘야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나의 잘못은 없을 테니, 비자 기간이 넘어가는 것이 더 문제이니 꼭 그렇게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너무 걱정 말라고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말해주었고, 다행히 나는 그날 거류증을 다시 발급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기진맥진해서 바로 잠들어서 다음 날 일어났다.
그동안은 아직 보호자가 필요했던 나이이기에 고등학교에서는 많은 것을 케어해 줬고, 비자와 거류증의 문제들이 일어나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나이지만 아직 어른이 되어야 하는 준비를 마치지 못한 나에게 갑작스러운 이 일이 벌어졌고, 그때 나는 어른이들에게는 한 번쯤은 혼자가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쌓여가면 무언가를 해결하는 것에 두려움이 잦아드는 순간이 오는 거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어른이 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