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이야기 - 2 햇빛 색 가득한 레스토랑
마다가스카르 일상과 여행 사이
그림과 이야기
2
햇빛 색 가득한 레스토랑
서점은 ..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아쉬운 곳이다.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현지 책의 디자인과 인쇄를 봐야지! 그림이 귀엽네!
온갖 이유로 책을 사고 사실 읽는 데에는 조금 게으르지만 아무튼 서점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안타나나리보 시내 Analakely 기차역 앞부터 이어진 큰 길을 걷다 보면 Librarie Md Paoly가 나온다.
수녀님들이 일하시는 곳으로 성서, 기도집, 묵상집이 많고 아이들 그림책, 엽서, 사전 등 다른 볼 것도 많다.
그림책 코너에서 현지 말라가시어, 프랑스어가 함께 적힌 어린왕자 책을 발견했다.
잠시 페이지를 넘기며 구경하다 손에서 놓고 다른 책을 구경했다.
각 도시별 엽서, 사전을 보고 어린왕자 책을 사러 그림책 코너로 돌아가니
아, 그 새 누가 사갔다.
수녀님께 혹시 어린왕자 책이 더 있나요 여쭤보았지만 재고가 없었다.
어린왕자는 다음에 사기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작은 가게가 많다.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미용실 등등.
기념품 가게 하나 창가 쪽에 물고기 모양 모빌이 널려있었다.
아.. 이건 사야 해
워낙 공예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길을 다니다 보면 ‘이건 사야 해’하는 순간이 많지만
현지화에서 원화로 계산할 때, 그 당시 환율이었던 현지화/2.6이 아닌 현지화/3으로 후하게 계산하는 걸 보니 지금 안 사도 나중에 와서 살 것 같았다.
가격은 23,000ar(아리)로 기억한다. 나누기 3한 한화 가격은 약 7,700원.
고이 내 에코백에 넣으려고 했는데, 가게 주인이 모빌을 예쁜 주머니에 담아주셨다.
오늘 한 일 중에 잘 한 일이 벌써 생겼다.
집에 가서 어디에 모빌을 걸면 좋을지 신나게 생각하며 조금 더 걷다가
문에 파란 고양이가 그려진 작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메뉴판에는 필기체로 이것저것이 적혀 있고 돼지고기가 들어간 메뉴에는 돼지 스티커가 붙어있다.
유리 벽 안쪽 주방에서는 직원이 피자를 만들고 있었다.
마다 피자는 기본적으로 화덕 피자다. 이곳 역시 주방 안에 작은 화덕이 있었다.
나는 치킨랩과 모히또를 시켰다. 주문을 끝내고 내부를 둘러보니 인테리어가 근사하다.
햇빛 색 가득한 노란 벽에 굵고 강한 선이 보이는 그림이 여러 점 걸려있었다.
내 숙소에는 tv가 없어서 식당에 있는 tv를 열심히 보는데 맞은편 벽에 거울이 있어 고개를 돌리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tv에서는 수영 대회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바다 혹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대회인지 수영장에서 하는 대회는 아니었다.
프랑스어로 나오는데 소리가 작기도 하고 말이 빠르기도 해서 잘 안 들렸다. 아, 물론 소리가 들려도 알아듣지는 못했을거다.
선수에게 이입해서 나도 같이 숨차고 힘들 무렵 가게 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섰다.
손님인가? 하지만 손에는 음식이 든 것 같은 비닐봉지와 모히또가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방금 배달 온 음식이 내 앞으로 왔다.
치킨랩이랑 모히또 시키신 분?
저요.
신기한 식당이다.
먹고 있으니 다른 손님도 많이 들어왔다.
바 테이블에 앉은 남자 손님은 분홍 양말을 신고 있었다.
예쁜 식당 속 분홍 양말 신은 손님이 예뻐 사진을 찰칵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음 코스는 디저트다.
시내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많아 한 번 나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 만큼 먹고 돌아간다.
레스토랑이 있던 언덕을 끝까지 오르고 대통령궁 Ambohitsorohitra Palace를 지나
멋진 조각케익이 있는 Colbert 호텔로 갔다.
테이블마다 작은 꽃이 놓여있다.
마다에는 신기하게 생긴 꽃이 참 많다.
색이 화려해서 향도 진할까 맡아봤지만 생각보다 향은 거의 없었다.
나는 바닐라 조각 케익과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마다에서는 바닐라가 재배된다. 바닐라 재배 국가에서 먹는 바닐라 음식의 맛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사이드로 파는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눈이 확 트이는 맛이다.
잊지 못할 맛이지만 케익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Mada Vanille이었나.
커피 또한 감동이다. 사발 같은 큰 컵에 마시는 커피.
두 번 따라 마셔도 조금 남았던 걸로 기억한다.
호텔에서 나와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복작복작 건물이 많다 보니 직접 걸어보지 않고는 시내를 다 알기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날은 참 맑았다. 햇빛도 좋아 모든 색이 선명했다.
마다는 건물 외부에 페인트를 바르는데 바르는 색이 강한 햇빛과 예쁘게 어울린다.
걷다가 발견한 내 말라가시어 이름 Onja.
Onja는 ‘파도’라는 뜻으로 외강내유의 이미지라고 한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루 동안 너무 많이 걸었는지 중간중간 많이 졸았다.
개운하게 내려 집으로 돌아와 물고기 모빌을 내 방 창가에 걸었다.
글 속 모든 사진과 그림의 저작권은 sunshine near me에게 있습니다.
모두 직접 찍은 사진,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 모아두었어요
instagram.com/sunshine.near.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