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달의 마다가스카르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처음 참가하게 된 오지 의료봉사
나는 간호사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가져가는 약 종류를 공부하고
약국 보조 인원으로 투입되었다
차로 들어가기 어려운 산속 동네라
일단 차로 경비행기장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얼마 가서 다시 내리고
헬기를 타고 더 깊이 들어간다
깊은 산속 풀이 길게 자란 공터 위로 안전하게 착륙했다
마을 사람들이 마중 나와 헬기 주변으로 동글게 모였다
어른들은 의료물품을 담은 박스를
익숙하게 동네 보건소로 옮긴다
잘 부탁드립니다
약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을 땐
옆에 둔 드로잉북을 꺼내 그림을 그렸다.
이번 드로잉북은 내 말라가시어 이름인 ONJA를
크게 써서 꾸며보았다
가져간 펜으로 늘어선 약통을 그리기도 하고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리거나
외국인(=나) 구경하러 온 아이들을 그리고
이야기하면서 놀았다
그중 열 살 정도 돼 보이는 친구가 자주 놀러 왔는데
능글능글 장난기 있게 씨익 웃는 얼굴에
꽃무늬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녔다
모자가 많이 낡긴 했지만 잘 챙겨 쓰고 다니는 걸 보면
멋쟁이 소녀인건 못 숨긴다
식사시간에는 후식으로 바나나를 먹었다
마을 사람들이 갓 따온 바나나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바나나는 처음 먹어봤다
5일간의 의료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물을 받아 목욕부터 했다
봉사하러 다녀온 곳이 워낙 오지다보니
제대로 씻지 못하고 지냈었다
나는 편하게 목욕할 수 있다는 것에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옆에 간식과 와인을 가져다 두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틀어놓고 만족스러운 목욕을 했다
맥주를 마실 땐 매번 삼마주 THB 만 먹다가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맥주에 입문했다
바로 mort subite 체리맛 벨기에
그리고 gold 8 마다가스카르 맥주인데 도수가 무려 8도
새로운 맛도 찾아가며 다채롭게 경험하며 지냈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이런 맛있는 맥주를 알게 된 것에 아쉽고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에
한 번 더 아쉬웠다
12월의 바오밥 마을 방문
긴 여정이라 이번에도 2박에 걸려 이동한다
늘 머무르는 숙소가 같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Le Tropik Hotel
이른 새벽 다시 출발하는데 새벽 안갯속에
간판이 은은히 빛났다
이번 방문에는 수도 지역 초등학교에서만
진행하던 미술교실을
바오밥 마을 초등학교에서도 진행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기념 나만의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각자 자기가 원하는 대로 트리를 장식하고
교실 벽에 붙여서 장식까지 마쳤다
벌써 여러 번의 바오밥 마을 방문에
얼굴이랑 이름까지 외운 클레멍이
나를 부르더니 완성한 트리를 보여준다
중간에는 반짝이풀로 자기 이름을 쓰고
아래쪽에는 O N J A 내 이름을 색종이로
조각조각 잘라 붙여놓았다
마지막 방문인데 클레멍의 마음으로 큰 선물을 받았다
지난번과 같이 이번에도 드로잉북을 챙겨 아이들을 그렸다
저번에 연필이랑 펜만 챙긴 게 아쉬워
이번에는 크레용도 챙겼다
눈 코 입 하나하나 보다 보면
귀여운 목걸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인다
자기네 부족 상징이라고 한다
목걸이 이름을 알려주길래 이것도 드로잉북에 적어두었다
낮에 학교 운동장을 왔다 갔다 하는데
무슨 지렁이 같은 게 똥그랗게 몸을 말았다
선명한 햇빛에 강한 빛의 대조 때문이긴 하지만
지렁이까지 이뻐 보이는 바오밥 마을을 바라보는
내 콩깍지 어떡하나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으니 아이들이 와서는
그걸 사진을 왜 찍냐고 킥킥 웃으며 물어봤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는
행성을 잡아먹을 듯 우락부락한 바오밥이라면
여기 바오밥 마을의 바오밥은 길쭉하고 날씬하고 매끈하다
바오밥 나무 꽃은 술만 있는듯한 신기하고 예쁜 생김새에
부드럽고 향긋하다
하루는 클로드가 도도도 뛰어서 꽃을 선물로 줬다
내 반응을 빤히 바라보는 수줍은 클로드의 눈
바오밥 마을 사람들과 작별하고
다시 안타나나리보로 돌아간다
중간 Toliara 에서 머무는 동안 주변 구경할 시간이 생겼다
기념품 가게에서 나무 조각품도 사고
햇빛에 반짝이는 야자수 사진도 찍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창문 밖으로 보인 비석
Toliara, tsy miroro
잠들지 않는 도시, 뚤리아라
다음날 아침을 먹고 다시 수도 안타나나리보로 이동하기
나는 따뜻한 커피와 바게트, Bolo 초코 샌드를 먹었다
2박의 이동 기간 중 두 번째 숙소는
으리으리한 중국풍의 호텔이다
전날 Toliara 에서 머무른 숙소도 온수가 안 나왔는데
여기에서 오랜만에 온수 샤워
화장실이 이상하게 엄청 커서
기분도 좋겠다 덩실덩실 춤도 추고
이 닦으며 셀카도 찍었다
크리스마스 맞이로 친구와 Andasibe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나무가 우거진 숲 안에 여우원숭이가 살고
배를 타고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전에 노시베에서 봤던 여우원숭이랑 다르게
딱 내가 알던 줄무늬 꼬리 여우원숭이를 봤다
이 친구들도 바나나만 보면 풀쩍 뛰어오지만
노시베 여우원숭이들보다 어딘가 수줍어한다
꼬리 줄무늬가 11개인 게 포인트
https://goo.gl/maps/HxqENu9puBJJcEyWA
연말 맞이 몸살감기
팀 워크샵에도 참여 못하고
작은방에서 수액 맞으며 쉬기만 했다
밥도 잘 못 먹으니 팀원이 뭐라도 먹으라며
빵이랑 커피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커피는 설탕 안 탄 거 맞지? 하며
이미 우리 함께한 시간 동안 파악한
나의 커피 취향이지만
한 번 더 세심하게 확인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