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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Jan 16. 2019

an Editorial (M) 익숙한 낯선 #2

우스운 사랑 / 해은

도통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몰라도, 써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 사이 서른이 되었습니다조금 더 아득해진 날들의 빈칸을 유의미하게 채워보고자, 영화책방 35mm를 운영하는 미화 작가님과 함께 콘텐츠 메일링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냉온의 차이가 큰 두 작가가 월 수 금요일마다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2019년 1월 9일 수요일부터 배달되고 있는 두 여자의 이야기는 댓글, 혹은 eun10532@naver.com를 통해 무료구독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더 읽히고 싶은 저희의 눈 밝은 독자가 되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요일: 익숙한 낯선

익숙하고 낯선 순간에 각자 들었던 음악 두 곡을 소개합니다.


an Editorial(M) 익숙한 낯선 #2 우스운 사랑 / 해은




  사람들은 내게 종종 묻는다. 중국어 좀 늘었어? 나는 아니라고 답한다. 그래도 애인은 한국어 좀 늘었지? 여기서 일하잖아. 나는 한 번 더 같은 대답을 돌려준다. 상대는 조금 흥분한다. 3년을 만났는데 어쩜 서로의 언어에 이리도 관심이 없을 수 있냐고 가볍게 힐난하는 투로 말한다. 그중에는 허투루 만난 거나 다름없다고, 시간이 아깝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도 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러게 말이야, 하고 자조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쯤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던 질문은 간혹 새롭게 반복되기도 한다. “대신에 영어가 많이 늘었겠네!”

  그러면 더 이상 같은 자세로 일관하지 못하고 조금 더 성의 있는 대답을 골라낸다. 으응… 아니 그냥 조금. 모든 대답의 진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만남자와 연애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났다. 우리는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누구의 모국어도 아닌 제삼국의 언어인 영어로 묻고 답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위로하며 지내고 있다. 애인은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으로 1년 남짓한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력이 있고, 나는 열 살 때부터 팝송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여름방학을 앞두고 열린 장기자랑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부른 기억이 있다. 물론 그게 전부다. 흥미가 성적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나는 9년 동안의 영어공부를 통해서 느꼈다. 그럼에도 때때로 애인을 놀려먹기는 한다. “내가 뉴욕까지 가서 공부했으면 너보다는 더 유창하게 말하겠다.”

  안타깝게도(?) 서로 구사하는 어휘력 수준이 비슷한 탓에 우리는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안부를 묻듯 나와 애인의 제2외국어 실력을 궁금해 하는 이들을 만나고 오는 날에는 문득 전에 없던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홀로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유독 생각이 깊어지는 법이니까. 애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을 무의미하게 스크롤해보면 압도적으로 눈에 채는 문장이 있다. Take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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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음악이 재생되는 유튜브 채널로 넘어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wYZCga50U&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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