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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Jan 27. 2019

an Editorial (M) 익숙한 낯선 #3

뚜빠뚜빠띠 / 해은

도통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몰라도, 써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 사이 서른이 되었습니다조금 더 아득해진 날들의 빈칸을 유의미하게 채워보고자, 영화책방 35mm를 운영하는 미화 작가님과 함께 콘텐츠 메일링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냉온의 차이가 큰 두 작가가 월 수 금요일마다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2019년 1월 9일 수요일부터 배달되고 있는 두 여자의 이야기는 댓글, 혹은 eun10532@naver.com를 통해 무료구독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더 읽히고 싶은 저희의 눈 밝은 독자가 되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요일: 익숙한 낯선

익숙하고 낯선 순간에 각자 들었던 음악 두 곡을 소개합니다.


an Editorial(M) 익숙한 낯선 #3 뚜빠뚜빠띠 / 해은



늘 누군가를 좋아하며 지냈다. 유치원 때 좋아했던 남자애의 이름은 잊었지만 일곱 살의 그 애가 학사모를 쓰고 찍은 흑백 졸업사진을 여태 떠올릴 수 있다. 유난히 흰 피부가 부럽고 예뻐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독수리반에서 키가 제일 큰 내게 새침하게 굴었던 아이. 걔 이름 앞에 붙었던 성이 아마 ‘백’씨였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학년마다 좋아하는 애가 바뀌었다. 긴 겨울방학이 지나고 나면 일 년 가까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얼굴과 습관을 자연히 잊어버린 채 새 학기 새 학년을 맞았다. 애정의 데이터가 축적되기엔 리셋이 잦았던 탓에 6년간의 취향으로 반죽된 토르소(torso)로만 그 애들을 겨우 짐작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나는 대체로 마르고 수학 익힘책에서 심화문제를 잘 푸는 아이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애들은 쉬는 시간이면 주말에 방영한 인기가요에서 베이비복스가 입었던 파격적인 의상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방학을 앞두고 열린 장기자랑에서 여자 아이들과 무리를 지어 춤을 추는 나에겐 1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왜인지 자꾸만 걔들 눈에 띄고 싶어서 부러 크게 떠들고 보란 듯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누구를 좋아하면 좀 진상이 되는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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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음악이 재생되는 유튜브 채널로 넘어갑니다.

https://youtu.be/Sw-WV0S6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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