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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y 16. 2019

The record #7_해명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해명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해명하지 못할 글을 쓰지만

 해명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해명하지 못할 글을 쓰지만 그중에서도 오늘이 최고다.

엄마는 부재중 전화를 남기고, 아빠는 당신이 최근 돌보기 시작한 길고양이의 사진을 보냈다. 서른 먹은 딸의 토라진 마음을 풀어주려고 그들이 택한 방식. 내 부모가 번갈아 나에게 취한 제스처를 곱씹으며 생각한다. 아, 자식 키우는 거 정말 (더럽게) 힘들겠다...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태어나서 이만한 부모를 만난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도 내가 결코 운 나쁜 딸은 아니지 않을까?” 짐짓 시니컬하게, 대단히 자기객관화가 잘 된 인간인 척하며 꼴값을 떨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말이 좀 창피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며칠 전 부모를 향해 쏟아낸 말들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보면 자식새끼 키우는 것, 참으로 부질없어 보인다. 사노 요코 할머니가 자식이 뭐라고 다음에 부모가 뭐라고도 써주고 세상을 떠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해명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해명하지 못할 글을 쓰지만 그중에서도 오늘이 최고다.


새소년, 난춘(亂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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