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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Apr 07. 2017

[베를린 살이] das Gefuehl

느낌

내 방 창 아래에서도 보이는 목련나무. 1층 부엌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다.

Guten Tag Berlin! 오늘도 꽃으로 시작하는 하루. 이곳은 꽃 값이 굉장히 저렴하다. 유럽은 다 그런가? 아쉽게도 향후 유럽여행 계획이 없어서 확인할 길이 없다. 이제 겨우 베를린에 머문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면서, 무식한 소리라고 하겠지만 나에게 유럽은 베를린으로도 충분하다. 서유럽과 동유럽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랄까?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베를린만이 품고 있는 특유의 콘텐츠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이따금씩 베를린에서 발견되는 사랑스러움은 다른 곳의 그것보다 배로 아름답다. 사실, 흔히들 여행에서 기대하는 사랑과 낭만이 도처에 깔린 도시는 아니니까. 오늘은 추상적인 감각 대신 사람을 느낄 수 광장을 찾아 떠났다.




알렉산더 플라츠 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풍경
알렉산더 플라츠 360˚ 이날 광장이 하늘 덕을 좀 봤다.
고층을 자랑하는 이곳은 베를린에서 가장 높은 4성급 호텔인 Park Inn by Radisson Berlin Alexanderplatz 
광장을 지키고 서 있는 성마리아 교회(St. Marien kirche)와 TV타워
베를린의 붉은 시청(Rotes Rathaus)
삐까번쩍한 포츠담과 달리 진짜 사람들을 위한 광장 같았던 이곳. 




즐거운 윈도우 쇼핑! '나는 보스야.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듯한 반지 조합이 재미있다. 성격 나쁜(Grumpy) 고양이와 털이 많아 유독 달아 보이는 파인애플은 나와 내 친구들의 취향.

100번 버스의 2층에 앉아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거리를 지나치며

비키니 베를린 입성. 베를린을 소개하는 한 책자에서는 이곳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멀티 플렉스'라고 했다. 팝업 스토어를 둘러본 뒤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물원을 내려다보는 것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여유라고도 덧붙였는데, 과연- 베를린 동물원(Zoologischer Garten Berlin)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도시 한 복판에서 1,500종의 동물을 만날 수 있다니!) 


다만 나는 홀로 2만 500여 마리의 동물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부담스러워 베를린에 머무는 일정 중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두었다. 나보다 더 오래 베를린에 머물렀을 그들과는 마지막 인사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말이지. 동물원과 이어지는 비키니 베를린의 정원 층에서만 종종 안부를 물어야겠다. 쇼핑을 핑계 삼아 말이다. 아니, 안부를 핑계 삼아 쇼핑을 하려는 건지도. 




베를린에 도착한 지 딱 일주일 되는 오늘. 처음 3일은 밤이면 눈물이 나서 주변인들을 걱정시켰는데, 이제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전혀 낯선 이곳에 점점 익숙해지는 기분이 간지럽게 피어오른다. 이윽고 거리를 걷다 슬며시 미소 짓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참, 아직은 시간이 가는 게 아깝지 않다. 여전히 모든 게 꿈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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