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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y 10. 2017

[베를린 살이] Missverstehen

오해하다, 잘못 생각하다

독일 역사 박물관(Deutsches Historisches Museum) 유리벽으로 된 현관 입구와 나선형의 계단 구조가 참 우아하다.
다른 층은 모두 전시 준비 중이었고 오직 지하에서만 식민지주의 전시가 한창이었는데, 촬영이 불가했다. 덕분에 고요했던 2층.

베를린돔과 TV타워가 보이는 훔볼트대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오랜만에 비가 오래 내렸다.




*아인슈타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카페 아인슈타인


운터 덴 린덴 거리에서부터 30분을 더 달렸다. 1920년대부터 이곳을 지킨, 베를린 카페의 산증인이라고 해서 와봤다. 하지만 역사보다는 역시 커피 맛이 더 궁금했다. 내부에는 예약석을 제외하면 거의 만석이었고, 그래서인지 참 따뜻했다. 나는 입구와 바 맞은편, 카운터 옆에 앉았다. 이 자리는 조금 추운 듯했다.

단체룸의 콘솔이 예뻤고, 빵을 데우는 조명이 참 따스해보였다.

비엔나커피의 본래 이름인 아인슈페너는 기억할 만한 맛이 아니었고, 연어 샌드위치 또한. 그저 짙은 녹색 스툴만 마음에 남았다. 그러니 이건 우울한 인증. 커피는 역시 어딜 가나 동네에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 일산이나 베를린이나 매한가지다. 기억나지 않은 테이블, 뒤편의 스툴은 여전히 탐이 나는군. 물욕이 거의 없는 편이라 하물며 수집욕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한데 예쁘고 좋은 걸 알아보는 눈은 여전히 반짝인다. 가끔 이런 성향이 선천적인 건지, 자라온 환경에 의해 학습된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파우치를 잊고 외출한 오늘, 급하게 들른 dm에서 만난 인생 립스틱. 로레알 로즈골드를 사주세요. 예쁜 립스틱을 바르면 기분이 좋거든요.


하지만 화장실에서 새 립스틱을 발라도 조금은 서러운 오늘. 예고 없이 여행자의 신분을 자각하게 되는 날이면 발이 묶인 기분이 든다. 어차피 돌아가는 일만 남았는데도, 이대로 발도 마음도 묶인 채 영영 어디로도 가지 못할 것만 같다. 그냥 이 자리에, 이 순간에 붙어버린 것 같달까. (물론 집에 잘 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맥주를 따고 유튜브를 배회하는데... 꼭 내 마음 같은 노래를 발견했다. 마침 저녁에 담요를 빨아 널었으니, 오늘은 이 멜로디를 덮고 자야겠다.


JONGHYUN(종현) - Lonely (Feat. 태연)

우는 얼굴로 나 힘들다 하면 정말 나아질까
그럼 누가 힘들까 아프다 징징대면
모두 다 괜찮아지는데

아마 너와 난 착각 속에 서로를 가둬둔 지 몰라
아냐 너는 날 이해 못 해 걱정 어린 네 눈을 볼 때면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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