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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y 18. 2017

[스치듯 드레스덴] 멈칫하던 순간

유럽의 발코니, 브륄의 테라스를 거쳐 구시가지부터 신시가지 그 사이에서

*Guten Tag! 뭔가 성대할 것 같은 아침! 드레스덴 메인 스테이션에 있는 마르쉐를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접시 크기에 따라 뷔페 식으로 담아 먹을 수 있는 미니 샐러드바도 있고, 아마도 알맞게 데워져 있을 스프도 있다. 건강한 냄새와 풍경이 왠지 '야 인마 이거 먹고 오늘도 힘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색깔은 많을수록, 향기는 은은할수록 좋구나. 역시 뭐든 강렬하기만 한 건 조금 매력이 없겠구나.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 선택은 조금은 조촐하게. 처음 시선을 빼앗긴 윤기나는 빵과 최소 이곳에서의 기본 사이즈 커피 3잔은 합친 것 같은 카페 크레마.

참고로 사과 초콜릿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빵은 정말 정직하게도 사과 한 조각과 초콜릿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우히히. 마침 드레스덴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사 놓은 사과를 하나도 매일 잊어 버리는 바람에 하나도 먹지 못하고 있었는데, 빼꼼 얼굴을 드러낸 사과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구워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게 분명한 듯, 미미하게 느껴지는 온도까지도. 1시간 동안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늦은 오전을 이곳에서 보냈다.




*오늘도 어김없이 티아터플라츠(Theaterplatz)


구시가지가 워낙 작은 터라,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 구시가지에만 머물고 싶은 나는 매일 도돌이표 같은 일정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 눈에 비친 모습들은 매일이 경이롭고 새롭기만 하다. 오늘은 유독 천국 어디쯤을 닮아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었고.

*드레스덴 디저트 카페, Coselpalais


그저께 프라우엔 교회에 올라가기 전, 입구에서 보이는 건물이 예뻐 무심코 찍었는데 그곳이 바로 이 작은 드레스덴 구시가지에서 꽤 유명한 디저트 카페 Coselpalais였다. 하하.

커피도 케이크도, 보기엔 참 기대되는 모양새이지만 다소 평범한 맛이었어요. 저는 남은 날 동안 그냥 츠빙거 궁전 바로 옆 카페만 가겠습니다...(최애)




카톨릭 궁정 교회를 등지고선- 유럽의 발코니, 브륄의 테라스(Brühlsche Terrasse)를 향해 성큼성큼

내 마음같이 솟아오르는 분수. 아니, 내 마음을 솟아오르게 하는 분수.

오늘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 장 끼워 넣기
월요일이라 그런지, 운 좋게 벤치에 앉았다. 유럽의 발코니로 모여드는 깨끗한 바람과 구름들
더 멀리 나는 게 좋을까, 더 높이 나는 게 좋을까?
감개무량한 발 희희




엘베강 위의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건너기 전, 아이스크림은 필수 아닌가요? 메이플 월넛과 클래식 소르베 맛. 두 스쿱 먹었으니까 사진도 두 장.

엘베강 좌측에서 바라본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쪽으로 펼쳐져 있는 들판. 청춘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공식적인(?) 이정표 신시가지(노이슈타트)! 정류장을 지나면 아우구스투스 동상이 보입니다. 계속되는 휴대폰 사진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신시가지도 식후경인 건 맞는데 여기서 오늘의 바보비용 지출 :) 생선가스 덕후에게 똥을 준 Nordsee 다신 가지 않을 테다.

하지만 근처 화단에 핀 꽃들은 죄가 없지. 애쓰지 않아도 예쁘게 흔들리는 너희처럼 내 마음도 다시 살랑살랑

알트 마르크트 갤러리 뒤편에 열린 마켓.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이렇게 예쁘다니. 크리스마스에는 정말로 천국을 볼 수 있는 걸까?

*돌아가는 길 역시 걸을 수도 있었는데, 8번 트램은 처음 타보는 거니까. 오늘도 안녕!


여전히 바보비용을 면치 못하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대개는 7시가 되기도 전에 숙소로 돌아오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 끝에서 몇몇 풍경들을 되짚어보면,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돈을 더 아끼고, 시간을 더 쓴다고 해서 이 여행의 순간이 지금보다 더 풍족할 것 같진 않으니까요. 어쩌면 나는 나에게 딱 맞는 여행을 하고 있는 거겠죠. 어처구니없게 사치스럽고 지나치게 느긋한 날들을, 한국에서는 당분간 쉽게 만나지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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