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SF 작가 하오징팡의 단편 소설집 ‘고독 깊은 곳’은 SF 소설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작품 ‘접는 도시’가 수록되어있다. 접는 도시는 근 미래의 된 베이징을 배경으로 도시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접힌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제1도시의 사람들이 수면가스를 뿜는 캡슐에서 잠들면 지면 위의 구조물들이 바닥으로 들어가고, 지면이 정반대로 뒤집혀 제2, 제3도시 사람들이 깨어난다. 상류층인 제1도시 사람들은 가장 긴 시간 동안 깨어있고, 최하층인 3 도시 사람들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시간 동안만 허락되며, 쓰레기 처리나 건설 현장 노동과 같은 힘든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인구가 과도하게 늘어난 도시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의 도시 계획은 제1도시의 일부 지배자들 일방적인 그림이며 제3 도시 사람들은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소설의 화자인 라오 다오는 제3도시에서 쓰레기 처리 인부인 늙은 아저씨이며, 쓰레기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기 방탕을 키우고 있다. 그는 탕탕이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자신의 월급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돈이 필요해져서 한 의뢰를 수락한다. 의뢰의 내용은 제2도시에 살고 있는 대학생인 친텐이 유엔의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이옌에게 구애의 편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도시 간의 이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라오 다오는 단순한 우편배달을 위해서 목숨을 걸게 된다. 그 과정에서 라오 다오가 실제로 처한 위험은 불법적으로 도시를 이월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처벌을 받는 것이지만 라오 다오가 매 순간 의식하는 공포는 옷에 베인 쓰레기 냄새를 상대방이 알아채는 일이다. 쓰레기 냄새는 라오 다오가 자신의 직업으로서 일을 성실하게 할수록 더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제1도시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준다. 또한 라오 다오가 의뢰비로 받게 되는 돈은 그의 몇 달치 월급보다 많은데 라오 다오는 상대방이 그렇게 큰돈을 자신에게 너무나 쉽게 줄 수 있는 상황을 당황스럽게 생각한다. 그 높고도 먼 계층 간의 격차는 도시가 각 계층을 위한 공간을 준비하기 위해 온 몸을 접고 비틀수록 더욱 멀어진다.
소설은 우리 마음에 남은 얼룩을, 즉 누군가의 선의가 다른 이에게 악의로 번역되고 누군가의 최선이 다른 이의 참을 수 없는 떼로 받아들여 지곤 하는 것이 비단 접는 도시의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물리적인 장벽보다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 행하는 유배이듯이 도시를 접는다는 흥미로운 SF적 상상력은 마음의 얼룩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라오 다오는 의뢰를 마치고 탕탕에게 돌아온다. 그가 다친 다리를 갖고 돌아오면서 다른 세계에서 들고 온 것은 탕탕을 얼마간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돈과 어떤 마음의 얼룩이다. “어떤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라고 라오 다오는 자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