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였을까

나에게 오는 길

by 에밀리아

나에게 있어서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한 명의 생명체를

세상에 온전히 뿌리내리게 하는

거대한 임무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자주 내 감정을 숨겼다.

슬퍼도, 지쳐도,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 양보해서

아이의 하루가 더 부드러울 수 있다면,

그걸 선택하는 게

부모라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그런 날들이 쌓였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들이 자라며 말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왠지 내가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떠오른 말.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나를 잊은 채 살아왔던 건 아닐까.


누군가를 키우는 데

집중했던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겨졌는지를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단정 지은 모습으로

나를 대신 정의해 버릴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내가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싶다.


누군가를 키워냈던 지난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나를 키워내는 시간’을 살고 싶다.


타인을 위한 삶이 전부였던 날들 위에

이젠 나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조용히 놓아본다.


그리고 오늘,

조금은 낯설지만

정말 나다운 길로

한 걸음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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