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자세

by 에밀리아

천만 영화를 보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이지만

한 편으론 모두가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고

결국엔 폐위되어 머나먼 곳으로 쫓겨나는 왕.

그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비극이

그동안 보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그랬던 것 같다


왕의 적장자이면 요즘말로 금수저이고

거기에 위대한 왕이라 불리는 세종의 손자인데

이 어린 왕의 이야기는 어쩐지

밝은 빛의 뒷면 같았다.


영화 속 폐위길에서

물을 건너가는 뗏목이 떨어져 나가

가마가 물속에 그대로 빠져버린 순간

시련이 또다시 그를 덮쳐버린 순간

난 사실 통곡도 한숨도 쉴 수 없었다.


흠뻑 젖은 모습으로 의연하게 물속에 떠 있던

어린 왕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다.

그 어떤 모습보다 더 깊은 슬픔이 느껴졌고

한편으론 그의 나약함이 아닌 위엄이 느껴졌다.


한동안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삶이 참 거짓말처럼 힘들었다.

놓아서도 무시해서도 안된다는 걸 알았기에

그러려면 열심히 발버둥 쳐야 한다고

그게 최선의 자세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 속 물에 빠진 어린 왕의 의연함에

갑자기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내 앞을 가로막는 그리고 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시련이라는 악당 앞에

난 너무 나약한 모습으로 나섰던 건 아닐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고 하여

그게 꼭 발버둥일 필요도

눈물일 필요도 없다는 걸 왜 몰랐을까?


갑자기 너무 확고하게

내 앞에 서있는 악당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졌다.

아무도 모르는 모습일지라도 그러기 싫어졌다.


어쩌면 삶이 내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

해결의 과정이 아닌 자세였을지도 모른다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자세.


삶은

힘없는 약한 왕이라도

내 삶을 책임지는 진정한 왕처럼

왕의 자세를 보여주길 원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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