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살기
‘현재를 살아라’고 많이들 말한다. 과거에 너무 얽매이지도,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과거는 어차피 지나간 일이라 괴로워해봤자 소용없다는 것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을 일이거나, 일어나더라도 해결해야 하는 시기에 해결을 하면 된다는 것을. 그 대부분의 생각들은 지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미래에 대한 계획과 준비, 과거에 대한 반성과 깨우침 같은 것들은 분명 삶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지나친 후회나 집착,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은 확실히 독이 된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면 그건 당장 그만두어야 할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과거나 미래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떨쳐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원체 머릿속이 항시 여러 생각으로 어지러운 사람이라 자주 괴롭다. 나는 꾸준히 현재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최근의 경험이 다시 한번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엄마의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 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에도 여러 번 다녀오고, 엄마가 캐나다에서 수개월을 같이 지내시기도 하며 나의 삶은 예전과 달라졌다. 나는 '나중엔 한국에서 살아야 되는 건 아닐까', '몇 년 뒤, 그리고 몇십 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같은 생각을 자주 했다.
어쩌면 꽤 현실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얼마 후 나는 깨달았다. 시간과 건강만 해치는 부정적인 생각들일뿐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개개인에 따라 진행속도가 천차만별이라서 지금의 엄마 같은 초기단계에서 몇 개월을 머무는 사람도, 몇 년을 머무는 사람도 있다. 다행히 엄마의 진행 속도는 느려서 아직 몇 년째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고 자립적인 생활도 대부분 가능하다. 엄마의 돌봄은 한국에서는 오빠가, 몇 개월씩 캐나다에 머물 때는 내가 맡는 걸로 어느 정도 체계도 잡혔다. 그래서 앞으로 걱정과 계획을 해야 하는 때는 언젠가 혹시나 검진에서 상태가 진행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어느 정도의 윤곽을 잡고, 그에 걸맞은 대비를 해놓으면 된다. 언제가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그 미래에 대한 우려로 현재를 가득 채워서는 안 된다. 지금은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야 한다. 하루하루를 차분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면서 보내려고 한다. 결국 하루하루가 모여 나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후회나 걱정으로 보낸 세월로 내 인생을 채울 것인지, 한 번이라도 더 웃고, 조금이라도 더 보람찼던 하루하루로 내 인생을 채울 것인지 생각해 보면 결론은 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