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아는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가장 흔한 과일인 사과를 선택했다. 주야장천 먹었다. 아침, 점심, 저녁3일 동안 사과만 먹으니 저절로 살은 빠졌다.
그 뒤에 유지를 위한 식단이 문제였다.보기보다 먹성 좋은 대식가인 10대 소녀는 먹어도 먹어도 너무 잘 먹는다. 세상에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이던 시절 다이어트 용 사과도 맛있었다. 사과만 먹다가 다른 걸 먹으니주체할 수 없는 입맛이 돌았다.3일 동안 줄어든 위의 용량을애써 다시 늘리며 다음 다이어트 준비를 했다.
황제 다이어트
: 고단백 다이어트 유행이 불었다.탄수화물을 절제하는 다이어트 방법.
엄마는 도시락으로 고기를 싸주셨다. 삼겹살.
뭘 먹어도 맛있는 나이에 고기면 말 다했지.
지방 없는 소고기 안심이었다면 다이어트가 됐을까.
식어도 맛있는 삼겹살은 다이어트 음식이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안 되는 다이어트 식단은 포기했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밤 9시 이후에는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더운 여름날,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 살들을 위해 무용 학원 원장 선생님과 현대무용 선생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다. 극강의 땀 빼기가 시작됐다.
*절대 따라 하시면 안 됩니다.
사우나에 들어갈 때 랩을 두르고 가는 어머님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땀을 많이 내기 위해서 랩을 감고 땀을 내는, 일명 랩 다이어트.
현대무용 시간 옷을 갈아입으며 온몸에 랩을 둘렀다. 팔, 다리, 배에 랩을 칭칭 감고 살에 찹찹 붙어있으라며 꾹꾹 눌렀다. 거기에 레오타드(무용복)와 타이즈를 입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랩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미친 창의력은 지금부터다.
그 위에 비옷을 입었다. 급하게 비가 올 때나 입는 하얀 비닐의 커다란 비옷을 비도 안 오는 오뉴월 대낮에 뒤집어썼다.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지.
비옷을 촥촥 몸에 밀착시켜 땀복을 입었다. 땀복만 입어도 비닐이라 땀이 잘 나는데, 랩과 비옷, 땀복의 3중 차단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오르는 마법 같은 효과를 불러왔다.
돌아다니는 훈증기가 되어 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견딜만했다. 사그락거리는 비옷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
천천히 움직이는 초반의 바 순서를 할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땀구멍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느껴지는 정도.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땀 줄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고, 점프를 할 때마다 머리카락 끝으로 땀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바 순서의 막바지쯤에는 몸 곳곳에 줄줄 새는 비를 비옷이 막아주었다.
머리에는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얼굴은 너도나도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바가 끝난 쉬는 시간, 물은 마실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땀복을 벗자,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구리구리한 땀냄새나는 땀복은 푹 쪄낸 양배추 마냥 후들후들해졌다.
비옷을 벗자 뚝뚝 떨어지는 육수가 냉면 그릇 한 사발이다.
이렇게나 땀이 잘 나는 몸이었던가.
수업을 하는 2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축축한 비닐을 다 벗어던지자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온몸의 기름기와 육수를 빼낸 상쾌함이란.
다행히 극강의 랩 다이어트는 일회성으로 끝이 났다. 땀과 몸무게의 감량은 비례하는 걸까. 웬만해선 땀 흘리지 않는 몸에 땀구멍을 잠시 열어준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