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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pr 29. 2023

은밀한 제안

궁금하다.

브런치 제안 알림을 3번 받아 본적이 있다.


첫 번째는 웨딩 사진 홍보글 제안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온 제안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며칠 전 세번째 제안을 받은 곳은 헤드라잇이라는 플랫폼이다. A. I가 뉴스를 추천해 주는 앱으로 글 쓰는 창작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글쓰기 전문 플랫폼에서 글을 쓸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받은 제안이다.

어느날, 구독자가 한명 늘었다. 소중한 구독자님은 제안도 해주셨다. 브런치 앱 알림의 제안하기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이건 뭘까.

궁금한 건 못 참는다. 무슨 제안을 하려는 걸까.

몹시 궁금하다.

이메일 주소로 브런치를 통해 제안을 받은 작가라 인사를 하며 어떤 제안인지를 물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할 수 있냐고 한다.


궁금한 건 못 참는다. 오픈 채팅 주소를 보냈다.

뭘까. 뭘까. 뭘까. 어떤 제안일까.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물어봐야겠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몹시 궁금하다.

누군가 궁금하면 500원을 이야기하며 나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돈방석에 앉을 것이다.


채팅방에 들어왔다. 왠 하트. 미친건가.

의무적으로 인사를 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태극기는 왜 달아놓은 걸까.

딱 봐도 어디 이상한 어둠의 조직 냄새가 느껴진다.

에라이. 그래도 궁금하니 뭐라고 하는지는 들어본다.


정체가 궁금하다.



언제 기사를 내보낸걸까.

전문 작가는 어떤 작가일까.

길 가다가 '도를 아십니까'를 그렇게 많이 만나는데, 어쩜 브런치 제안하기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건가. 백수라고 하면 그분들은 말 걸다 뒤돌아 그냥 가던데. 백수에서 대화가 끝나지 않는다.


동영상 클릭 안한 내 손가락 칭찬해.



무슨 컨설팅을 해주길래 다짜고짜 동영상을 보내는 걸까.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다.







궁금하지만 동영상은 누르지 않았다. 클릭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에 이번만은 호기심을 꾹 참았다.

머릿속 물음표를 지워가며 참은 나 자신에게 셀프 칭찬을 해본다.

쌍욕을 하려 했지만 내 입만 더러워질 것 같아 그또한 참았다. 채팅창 삐뽀삐뽀 신고하기 버튼을 살짝궁 눌러주고, 채팅방을 탈출했다.


생각해 보니 보이스피싱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네이트온 메신저에서는 친척들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사촌 오빠가 돈을 좀 보내달라 했던 기억이 난다.

네이트 온이 지고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가 되자, 여기도 안전할 순 없다.


몇 년 전, 카카오톡으로 엄마한테 돈을 보내달라고 했단다. 내 카톡 프로필과 소름 끼치게 똑같은 프로필의 딸내미가 말을 거니 엄마는 무슨 일인가 걱정을 했다. 다행히 엄마는 카카톡으로 손자들 사진만 받아봤다. 쓸 줄을 모른다.



구독자 한 명이 아쉬운 브런치 꿈나무지만 별일 없어 다행이다. 

글쓰기 꿈나무의 여린 마음을 짓밟는 보이스 피싱 싹 다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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