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서울역의 한 카페는 여유로웠다. 매일 비가 내리던 구름이 잠깐 없어진 맑은 하늘이 반가워 창밖을 마냥 바라봤다. 옆 자리에 떨어진 지갑 하나를 주워 직원에게 갖다 줬다. 지하철에서 잠깐 읽던 책 [싯다르타]도 다시 펼쳐본다. 책장의 말귀들이 귀에 쏙쏙 박혀온다. 기분 좋은 날이다.
멀리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아빠와 함께 들어온다. 엄마를 만나러 왔나 보다. 세 가족은 정답게 인사를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고 이리저리 구경을 한다. 말이 막 많지 않은 걸 보면 두 돌 정도 됐으려나. 딸들의 귀여움이란 이런 건가. 괜히 흐뭇한 미소가 입가를 맴돈다.
역시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 건가. 신발을 신고 의자 위를 걸어 다닌다. 신발 신은 아기는 더 이상 귀여운 존재가 아니었다. 부모가 보인다. 여전히 아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웃는 아이 얼굴만 보이나 보다. 그들이 떠나간다.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내 입꼬리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눈살 찌푸린 내 이마가 거슬린다.
완벽한 하루로 돌리려 얼른 창밖을 다시 바라봤다. 여전히 뜨거운 여름 햇살이 반겨준다. 잠시나마 다시 기분이 좋아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