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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Jul 24. 2023

파브르가 될 상인가.

매일 내리던 비가 주춤하던 찰나 매미는 울었다.

여름이 왔다. 맴맴거리는 소리를 쫓아 찾아 헤매지만 좀처럼 찾지 못한다. 매미를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소원이 하늘에 닿았을까. 매미가 등장했다.


유치원 하원 버스에서 신나게 내리는 둘째와 손을 흔들며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 앞 안경점 사장님과 마주쳐 인사를 건넸다.


"이거 잠자리 좋아해요? 너 잠자리 가져갈래?"


매미다. 잠자리가 아니라 매미를 들고 계신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매미가 눈앞에 있다.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좋다고 박수를 친다. 급하게 플라스틱 커피컵에 매미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아이들은 마냥 좋아하고 신기해한다. 어디서 매미를 데리고 온 거냐며 환호성을 질렀다.


배가 고플 것 같다며 곤충 젤리를 사야 한다고 난리다. 언제 들었는지 셋째는 매미에게 밥을 줬다. 그새 빵을 부스러뜨려 가루를 넣어줬다. 집에서 키울 생각인가 보다. 일이 커지기 전에 수습을 하자. 매미 엄마가 기다린다며 얼른 놓아주자 했다. 다행히 아직은 순수한 어린이들이라 화단에 곱게 매미를 풀어줬다.








다음날, 어김없이 둘째 하원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는 길이다. 안경점 사장님이 부르신다. 또 필요하냐고.

이번엔 두 마리다. 서울 사는 애들한테 이런 거 볼 기회 있겠냐며 데려가라 신다. 커피 컵에 매미 두 마리를 넣어주셨다.


앗. 뚜껑이 없다. 다시 안 데려간다 물리지도 못하겠고. 뚜껑이 없다. 그냥 주신다. 컵 뚜껑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두루마리 휴지 밖에 안 보인다. 휴지를 뜯어 살짝 덮어주셨다. 최대한 휴지 덮인 부분을 눌러 잡고 아이를 기다렸다.

감사하다. 감사한데 불안하다. 무섭다.


한 마리는 꼬물꼬물 움직인다. 한 마리는 허물을 벗는 중이다. 작년부터였다. 자꾸 아이들이 매미 허물을 찾아온다. 그저 껍데기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적응이 안 된다. 오늘 아침에는 둘째가 사마귀 허물도 발견했다. 어디서 발견한 건지 하얀 허물을 손끝으로 집어 올려 자랑한다. 파브르가 될 상인가.



사마귀 허물 보신적 있나요.





언제 휴지를 뚫고 나올지 몰라 마음을 졸이고, 아이를 기다렸다.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갑자기 앞으로 불쑥 오셨다.


"그게 뭐예요?"


울지도 않는 매미들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나요. 도시매미는 애들만 신기해하는 게 아니었다. 순간, 버스 정류장 앞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컵 앞으로 불쑥 고개를 들이밀고 매미를 확인하셨다. 매미를 처음 보시나요.


"매미예요. 매미."


딱 봐도 매미인데 그걸 굳이 설명하고 있다. 옆에 있던 여자 분도 자꾸 본다. 가까이에 손을 뻗어 보여드렸다. 아예 좌판을 깔걸 그랬나. 아저씨는 걸어가는 중에 계속 매미와 눈 맞춤을 시도하며 멀어졌다.


아이가 도착했다. 이번엔 뚜껑이 없어서 놀란 눈치다. 재빨리 집으로 가서 컵 뚜껑을 찾아 덮었다. 그제야 안심이다. 신기하게도 어제오늘 본 매미들은 암컷인지 울지 않았다. 날아오르려 하지도 않았다. 밖으로 놓아줘도 날갯짓 한 번을 하지 않고 꼬물꼬물 걸었다.


내일도 매미를 잡아주시려나. 내일은 아예 좌판을 펼쳐볼까.







어김없이 아침부터 매미는 울었다. 세상으로 나오려고 그렇게 우는 매미들의 생이 오늘도 찾아왔다. 다행히 놓아준 매미들은 날아갔나 보다. 오늘도 우리는 매미를 만날 수 있을까.


오늘은 신랑이 둘째를 데리러 갔다. 첫째와 함께 셋째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갔다. 첫째는 자기도 매미를 잡겠다며 잠자리채를 준비했다. 소리는 들리지만 보이질 않는다. 애써 찾아보려는 그 마음이 안타까워 내가 나섰다. 발견.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매미를 잡겠다고 까치발을 들었다.


"아!!!! 잡았다"


산삼 캔 거 마냥 기뻐하며 처음으로 매미 채집에 성공했다. 엄청나게 울어댄다. 불쌍하다. 바로 놓아주자 했다. 아이는 집으로 데려가 동생들에게 보여준다고 고집을 피운다. 커피 컵에 고이 모셔 집으로 데려갔다. 잠자리채에서 컵으로 넣는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아아아아악. 무섭다. 아이는 이젠 매미가 무섭지 않나 보다. 손으로 덥석 잡고 컵으로 매미를 넣었다. 파닥파닥 날갯짓하는 그 모습이 살려달라는 말 같아서 마음이 아린건지, 곤충이라서 싫은 건지. 절대로 맨손으로 잡지 않으리.  


집으로 들어선 순간, 또 매미가 있다. 이번에도 안경점 사장님은 매미를 데려가라 하셨단다. 둘째는 용감하게 맨손으로 매미를 들고 집으로 왔다고 한다. 이번 여름 우리는 매미와 친해졌다. 목놓아 우는 그 울음에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매미들




어김없이 아침부터 매미는 울었다. 세상으로 나오려고 그렇게 우는 매미들의 생이 오늘도 찾아왔다. 다행히 놓아준 매미들은 날아갔나 보다. 오늘도 우리는 매미를 만날 수 있을까. 안경점 사장님은 매미를 잡아놓으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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