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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ug 05. 2023

방학을 준비하는 자세

7월 20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날, 아이 셋의 방학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방학이면 나도 방학이다. 같이 놀고 같이 늘어지고 같이 뒹굴거린다. 열심히 놀기 전 혼자 나름대로 준비사항이 몇 가지 있다.


평소 학교에서 균형 잡힌 급식을 먹으니 방학 일주일 정도는 부실한 엄마 밥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아침은 빵이나 떡과 과일 정도로 간단히 먹는다. 점심, 저녁에는 고기나 생선 등을 굽거나 요리 한, 두 가지를 한다. 요즘엔 급할 때 새벽배송으로 장보기를 할 수도 있어서 요리에 대한 부담이 확 줄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매운 것만 빼고는 먹는다. 아니, 엄마 손맛은 신뢰를 잃어 기대감이 없다. 내 마음대로 부담 없이 손맛을 펼칠 수 있다.


그래도 방학이니 기념으로 대량 요리를 한번 해야 되지 않을까. 카레는 맵다 할 때가 있어서 준비한 짜장. 고모님이 주신 감자도 소진할 겸 고기, 양파 왕창 넣고 한솥을 끓였다. 최소 3끼는 가능하다.


밥 보다 중요한 건 간식이다. 수박 한 통을 잘라 통에 담아뒀다. 귤 한 박스도 냉장고에 넣었다. 아이스크림 30개, 요구르트 30개, 망고주스 120ml 24개 1박스, 우유 2300ml 1통을 사다 놨다. 뭐 이건 며칠 만에 동이 날 테지만. 


아이들과 서점에 가서 책 권씩 샀다.

나도 샀다. 만화책. 방에서 뒹굴거리며 만화책 볼 생각에 신이 다.


방학의 시작은 만화책 :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낮잠

아직 어린 2세 어린이를 위해 낮잠은 필수이다. 평소 머리만 대면 자는 5세도 분위기만 잘 타면 같이 재울 수 있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잔다. 그 사이 눈꺼풀이 무거워도 낮잠은 절대 잘 수 없다는 2학년 어린이는 방학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본다.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안 오냐는 걱정은 넣어둔다. 애들을 재우고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방학 특선으로 골라보는 재미를 즐길 기회이다.


정리

아이들은 깨끗한 곳만 찾아다니며 어지른다. 방심하면 5분 안에 초토화된다. 물건이 많으면 어지르는 결과물도 상상 초월이다. 미니멀은 하루아침에 못 이루겠지만 미리 책장에 책도 좀 골라내고, 자질구레한 안 쓰는 장난감도 좀 골라냈다. 다 버리고 싶지만 아직 어린 막내를 위해 참아본다. 로봇은 언제 졸업할 수 있을까. 청소기를 한번 밀고 바로 사라질 깨끗한 바닥을 바라본다.


이제 제일 중요한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방학, 나도 놀고 너희도 놀고 신나게 놀자.

뒹굴뒹굴 뒹구르르.



 





대문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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