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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ug 18. 2023

방글라데시로 출발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방콕으로 휴가를 갔다. 다시 휴가 계획을 잡았다. 태풍이 오기 전에 떠나자며 신랑과 야심 차게 결의를 다졌다. 푸르른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여름의 열기를 느끼고 싶다.


수영복을 꺼냈고, 그사이 늘어난 배 둘레를 걱정하며 입어도 봤다. 3호의 기저귀, 아이들 음료수도 넉넉히 주문했다. 또 뭘 준비해야 할까 집안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모기약도 챙기고 혹시 모를 상비약도 챙겼다. 이젠 출발할 수 있겠지.


출발 전 주말, 감기 바이러스가 아직도 몸속에 남아있는지 영 기운이 없었다. 링거라도 맞고 힘을 내자며 병원으로 향했다. 동네 내과 의사 선생님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요즘 코로나가 많다며 코부터 찌르셨다. 훅 들어온 면봉에 한순간 휴가 계획 걱정이 앞섰다. 결과를 기다리는 잠시잠깐 마음이 콩닥거린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다. 비타민 수액을 맞고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다음날, 신랑이 영 힘이 없어 보인다. 감기가 아직 낫지 않았나 보다고 링거라도 맞고 오라 병원으로 보냈다. 코부터 훅 찌른다는 예고를 잊지 않았다. 혹시나 코로나에 걸렸을까 봐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수액을 맞는 중이란 답에 코로나는 아닌가 보다 하고 안심했다. 이제 부부가 링거 투혼까지 했으니 휴가 일정을 불태울 일만 남은 건가.


문이 열리고 그가 집으로 해맑게 웃으며 들어온다. 그는 코로나에 걸린 거였다. 어쩐지 얼굴이 노랗더라니. 어쩐지 감기 치고는 너무 아프더라는 그의 말에 얼른 나으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하필이면 이때라는 속마음은 감춰뒀다.


지난번엔 방콕으로 갔으니 이번엔 방글라데시로 정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원 없이 구르는 중이다. 올해 여름, 드넓은 백사장에 발자국조차 남기지 못했지만, 조만간 또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


아. 맞다. 여름이 끝났다.

그래. 낭만의 겨울 바다도 좋겠지. 바다는 항상 그 자리에서 반겨줄 테니 괜찮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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