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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인정

by Hee언니


바다를 거부할 이는 없다.

누구나 좋아하는 바다. 여자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동진 해돋이 정도는 보러 가야 하는데, 내 고향은 바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도 별다른 리액션이 없다. 무감정의 인간인가. 그저 무덤덤하다.




바다와 함께 자랐다.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모래밭에 발을 비비적대면 조개들이 반가워했다.
질풍노도의 시절, 답답함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방파제 구석에 붙어있는 따개비들에게 물었다. 파도치는 방파제 낚시꾼들이 고기를 낚는 기다림에서 하염없는 기다림을 느꼈다. 기다란 방파제 끝 등대로 전력 질주하며 더 넓은 바다를 보았다.

추운 겨울, 성난 파도는 더욱 거세게 몰아칠 인생을 미리 경고해주는 듯했고, 귀가 아려오는 바닷바람은 결코 아름다움만 느끼며 살 수 없음을 속삭였다.


바다는 오랜 친구이자 감사함, 인생 그 자체였다. 그냥 함께하는 존재. 오랜 익숙함의 존재는 우리를 무딘 감정으로 대한다. 마치 오래된 연인들의 운명처럼.



넓디넓고 푸른 물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이는 없다.
무감각한 것이 아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감성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너무나 익숙한 바다라 그저 마음으로 반가워할 뿐.
그저 바다와의 인연이 다를 뿐.

다르다고 다른 눈으로 보는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본다. 나와 다른 생각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 생각이 다른 말을 한다고 해서 노려보는 이유들은 다름의 인정이 필요하다.


바다 앞에서 모든 이는 평등하다. 끝없는 바다를 보며 인정하지 못할 일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People are all equal in that they are all different.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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