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되고 나니 친절해졌다. 친절하게 카톡으로 한 명, 한 명 간단한 피드백을 보낸다.
내가 이런 카톡을 이렇게 친절하게 보내다니, 어이가 없다. 이제야 없던 공감 능력이 생기는 건가.
좀 가식적인가.
공감능력이 제로인 극 T형. 아직도 아들 셋의 단순함에 감사한다. 물론 감성적인 아들도 많지만, 평균적으로 우리 집 남자들은 단순하다. 딸을 주지 않으신 건 신의 배려라고 생각할 정도로 난 무뚝뚝하다. 여전히 아들들의 눈치를 잘 살피지 못하고 대충 얘기하는 초보 엄마는 애 셋을 낳다 보니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용기가 생겼다.
결석이 많으면 얄짤없이 F를 날리고, 리포트를 보다가 쓴소리를 면전에서 다다다 쏟아내는 무식한 사람이었다. 결석이 잦은 이유를 먼저 물어보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강의 주제에 맞는 A to Z를 쫑알쫑알 전달만 하려 했다.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우월감에 빠져들어 자만한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가 전하는 지식보다 아이들에게 배우는 소중한 것들이 많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학생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철없던 날라리는 그렇게 자신의 한없이 부끄러운 민낯을 알아챘다.
애들 키우느라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아줌마 보따리장수는 이제 이렇게 강의를 시작한다.
" 요즘은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시대입니다. 여러분들은 저보다 훨씬 검색을 잘하는 MZ세대이고요. 저는 그저 여러분들이 원하는 지식을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솔직히 MZ세대 나도 턱걸이 MZ라는데 잘 모르겠다. 어떻게 맞춰줘야 할지 솔직히 어렵다. 그러나 지식을 나눈다는 것, 함께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된다는 그 단순한 진리는 이제 알겠다. 뒤늦게 가장 기본적인 걸 깨닫는 바보 같은 보따리장수. 위키 대백과가 모든 이들의 집단 지성을 아우르는 엄청난 백과사전이 되어있듯이, 나의 부족한 지식이라도 나누어 더 많은 지식의 숲을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