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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까기,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by Hee언니


고깃집 양파 슬라이스 기계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다. 살살 돌려가며 웃음과 함께 말을 내던진다. 친절하게 안내하는 듯하다가 둘러둘러 내동댕이 치는 뾰족한 말을 한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빠져든다. 최면에 걸린 듯 듣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뒤통수가 아려온다.

돌려까기






10년도 더 지난 대학원 박사 수업 시간, 으래 대학원 수업은 원생들이 자유롭게 발표 주제를 정해서 진행하는 발표 수업이 대부분이다. 요즘엔 흔하디 흔한 SNS가 생소하던 시절, 새로운 것에 관심 많던 순수한 1기생은 호기롭게 페이스북을 무용 마케팅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주제를 정해 본다. 솔직히 페이스북 친구 추가도 겨우 하던 시절, 그래도 뭔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마크 주커버그가 재미 삼아 만들었다는 페이스북 탄생 스토리의 영향이었을까. 무용도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공연할 때마다 하는 초대권 돌려 막기 품앗이도 지겹지 않은가. 항상 얘기하는 무용은 왜 인기가 없을까에 대한 나만의 고찰이었다.



Facebook 로고, 좋아요로 시작할 수는 없나요.



그런데 대차게 돌려까기 당했다. 안된다고 다른 주제를 찾아보라고 한다. 흐뭇한 미소와 함께.

이게 그렇게 안될 일인가. 주제는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닌가. 왜왜왜.

듣다 보니 자책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는 걸까. 왜 그랬을까. 그런데 좀 께름칙하다. 다른 원생들에게는 그런 태도가 아니다. 아, 뭔가 잘못됐다. 내가 그냥 싫은 것 같다. 그냥.


철없는 대학원생의 호기로운 시도를 응원해주거나 그러려니 하는 넓은 아량으로 아우러줄 거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항상 새로운 생각은 안된다는 것 투성이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되고 이유도 가지가지 백만 가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자기 앞에서는 튀지 말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는 말로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억지로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았던 태도의 문제였을까. 그게 거슬린 것일 수도 있겠다. 아니라고 계속 누르다 보면 대답 잘하는 온순한 양이될 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청개구리 한 마리는 던지는 돌을 피해 요리조리 잘도 나댄다.








눈 떠보니 세상이 바뀌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SNS 세상이다. 그냥 안된다며, 발전이 있겠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던 교양 있는 그분은 자신을 부정하고 무시하며 SNS랑 친해졌을 것이다. 요즘 그는 SNS의 실태를 이용해 논문을 쓰고 있었다.









이제는 돌려까기를 돌려줄 차례.

돌려까기,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결론은 간단했다.

그냥 나의 마음으로 잘 살아가면 되는 것.

그는 내 존재를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다. 멀리 내다볼 줄 모르는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엔 인생 너무 짧다. 그냥 던지는 돌멩이에 맞아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리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기엔, 우린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다.

돌려까기에 썰어진 양파처럼 잘려나가지 말자. 세상이 증명해 줄 것이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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