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그와 함께 들린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며 뜬금없이 해외로 간다고 했다. 상의하지 않았다. 그냥 가고 싶다고, 일하러 갈 거라고 했다. 일종의 통보라고받아들일 수 있겠지. 갑작스러운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것도 잠시 난 햄버거를 우걱우걱 집어넣었다. 눈치 없는 건 입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뒤 다시 만난 그는 치킨을 먹으며 헤어지자고 했다. 복수인 건가.
햄버거와 치킨. 인스턴트의 대명사. 우린 먹자마자 배가 차오르는 인스턴트를 본능적으로 먹은 걸까. 배를 채워놓고 서로에게 헤어지자고 하면 그래도 기분이 덜 나쁠 거란 생각에.
헤어지는 마당에 무언가를 같이 먹는다는 것, 헤어지자는 말은 진심이 아닐 거란 짐작을 해본다. 난 잠시 해외에 다녀올 뿐이라고 심각한 게 아니었던 것일까. 헤어지자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붙잡아 달라는 의미도 아니었다. 붙잡을 마음이 없어 보여서 미리 선수 친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남녀가 만나다 보면 이별 아니면 결혼이라는 불문율을 깨버리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다. 애매한 사이로 어떻게든 남아보고자 했던 구질구질한변명 같기도 하다.
그는 치킨을 먹으며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었을 것이다. 그걸 받아주지 못하자 화가 나서 치킨을 뜯던 입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뱉어버렸다. 닭다리 뼈 같이 퉤 퉤 퉤. 다시 주워 담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말 한마디는 부러진 닭뼈 같았다. 뾰족하게 부러져 내 목구멍에 콕 박혀버린 뼈.
닭다리 뜯으며 하소연하는데 이랬구나, 저랬구나 들어주면 될 것을 이러쿵, 저러쿵했더니 자존심이 상했겠지. 먹던 닭다리를 내려놓으며 헤어지자는 말을 하긴 쉽진 않다. 치킨의 닭다리는 누구도 내줄 수 없는 맛있는 부위니깐.
어쨌든 해프닝이었다. 우리는 각자 외국으로 떠났고, 헤어질 결심을 밥 먹듯이 했다. 치킨을 먹던 그날 이후에도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치킨을 다시 찾듯이 자연스레 만남이 이어졌다.
햄버거와 치킨은 헤어질 때 먹긴 너무 빨리 배가 차오르고 맛있는 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헤어지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는 것, 그건 음식에 대한 예의를 거스르는 것.
밥 먹는 꼬라지조차 보기 싫을 때, 그때가 최적기. 헤어질 결심은 공복에 양보하세요.
햄버거
; 포장을 열기 전 꼭 빵을 살짝 눌러줍니다. 그래야 약간 뭉쳐진 빵과 함께 패티와 야채가 탈출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토마토는 그냥 한 번에 다 먹어주고 시작합니다. 토마토는 애피타이저거든요.
치킨
; 닭다리부터 공략합니다. 쫄깃함으로 만족감을 느낀 후, 몸통을 먹으며 배를 채웁니다. 제일 퍽퍽한 닭가슴살은 여러 가지 소스를 이용해 맛을 업그레이드시킵니다.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어 더 못 먹겠다 싶을 때 그때, 날개로 마무리합니다. 깔끔한 마무리는 역시, 콜라. 개운하게 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