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웃기는 짜장면

중요한 뽀인트 있다.

by Hee언니


짜파게티를 유독 잘 끓였다. 내가 끓인 짜파게티는 분명히 라면 봉지 설명 그대로 끓였는데, 떡처럼 굳어져 밥을 비벼먹고 싶어도 국물 한 방울 남아있지 않다. 그가 끓여준 짜파게티는 국물이 촉촉이 적당히 자작하고 윤기가 좔좔 흐른다.


뭣도 모르고 상경한 촌티 폴폴 나는 대학생은 서울이 그저 신기했다. 지하철 내리는 출구 방향마저 신기했고, 갈아타는 건 신문명이었다. 그는 열심히 서울을 안내했다.

서울 구경의 설렘이 더 커서 그냥 다 그렇게 만나나 보다 했던 어느 날, 느낌이 쎄하다.


그는 요리가 태생적으로 잘 맞는 사람인가 보다. 다채로운 재료들을 이용해 적재적소의 타이밍을 맞춰 요리할 줄 안다. 같은 회사 신입 인턴에게 첫 출근의 피로를 날려줄 상큼한 비타민 레모나를 챙겨주고 있었다. 그녀의 뇌세포에 각인될 재료를 들이밀고 있었다.


구질구질하게 바람이 아니라며 잡아떼던 그 찌질함은 국물 하나 남지 않은 짜파게티 떡처럼 딱 먹기 싫은 음식이었다.







짜라라라짜짜~! 짜파게티!

일요일은 짜파게티~!


일요일만 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국민 CM송. 짜파게티만 나오면 또 자연스레 따라오는 첫 연애의 찌질함. 첫 연애의 바보 같던 내가 어이없던 찰나, 시커먼 물들어진 입술로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다.


다시 짜파게티가 맛있어 보인다.

그 웃기는 짜장면의 찌질함을 차버리고 영원한 사랑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음식 사진 찍고싶지만 먹느라 사진을 못 찍내요.

짜파게티

: 봉지의 친절한 설명대로 끓이면 항상 떡이 됩니다. 면발이 머금고 있는 물이 몇 숟가락인지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열심히 연구했어요.

먼저 누구나 알다시피 면과 건더기 수프를 넣고 센 불에 바짝 끓입니다. 면이 살짝 풀어지면 과감하게 불을 끄고 물을 버립니다. 덜 익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가 뽀인트!

촉촉하고 자작한 스타일을 위해 물은 면 위로는 올라오지 않게 면 아래 0.5센티 정도까지 남겨둡니다. 어, 좀 과한데 싶을 정도지만 가루수프와 기름을 넣고 면이 익을 동안 국물이 신기하게도 줄어듭니다. 조금 약한 불에 천천히 저어가며 면발이 검은빛을 머금는 그 순간까지 기다립니다.

완성이 되면 배추김치 싹싹 면발에 말아서 재빠르게 면치기. 그다음 국물엔 당연히 밥 한 공기 넣어서 쓱쓱 싹싹 비벼 아구아구 마무리.




Photo by pixabay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햄버거 vs 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