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김치 통을 정신없이 씻어대던 어제저녁, 브런치 구독자 500명 돌파 알림을 받았다. 구독취소와 구독의 조화로 495명에서 정체기였는데, 감사하다.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한 지 1년이 되어간다. 1주년 기념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비록 쓰레기 같은 초고일지라도 일주일에 한 편씩은 꾸준히 글을 썼다. 꾸준함에 대한 달콤한 보상 같다. 구독자 한분 한분, 소중하다.
처음 글을 쓸 때 약속한 100편 쓰기도 했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공모도 해봤고, 글을 쓴 지 1년이 됐으니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젠 일단 쓰고 볼게 아니라, 좀 잘 쓰고 싶다. 잘 쓴 글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온갖 촉을 이용해 잘 쓴 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
장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미친 소리 같지만 논문은 쉽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이야기하듯 논리적인 글은 글쓴이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는 것이 주된 작업이다. 천성이 대문자 T라 그런지 물음과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들이 쉽다.
문학적인 글은 다르다. 예술은 어디로 가는 길인지도 모른 채 천재성 이란 반짝임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 같다. 다시 한번 무용할 때 부딪혔던 천재성의 벽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천재성 없는 사람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사람 많은 브런치 거리를 배회하는 꼴일지도. 근데 글의 세계가 좀 궁금하다. 이젠 끝나지 않은 길 중간에 서성이며 도망갈 준비부터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조그만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글쓰기 방해요소들에 맞서 싸울 힘이 있을까.
글쓰기라는 세계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나만의 세계관을 글로 펼치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한을 끌어올려 살풀이를 추는 심정으로 자판에서 춤춰볼까.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못한 사람의 변명 같아 보여도 괜찮다. 100세 시대에 40살이면 출발선에 서있어도 괜찮은 나이 아닐까. 글로 구하는 나의 세계로 출발할 힘을 꾸준히 움직이며 손가락의 기초 근육을 길렀으니 이제 힘차게 발을 굴릴 차례다. 혹시 모르지. 노력이 가상해서 가끔 맞는 빗방울처럼 재능이 젖어들지도 모르지.
조바심이 날 때마다 외치는 주문으로 나지막이 오늘의 마음가짐을 달래야겠다.
"천천히 그러나 너무 느리지 않게."
구독자가 1,000명이면 요즘 유행하는 슬릭백이라도 출까 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