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by Hee언니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 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40도가 육박하는 적도의 섬나라에는 눈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적도의 이방인은 낯선 뜨거움으로 외로움을 채워나간다.

외로움이 차올라 터져 나가기 직전에 내린 빗줄기는 쓸쓸한 덩어리를 눈덩이 불리듯 불려 간다.

우기, 겨울의 스산함에는 못 미치지만 조금은 식어가는 대지의 온도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든다.






아무도 없이 홀로 맞이하는 이 낯선 외로움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잠시 고민해 본다.

우선 몰(백화점 같은 쇼핑센터)로 나가본다. 어슬렁어슬렁 약속 시간에 여유롭게 도착한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다. 붐비는 인파들 속에서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참 가엽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즐거워야 한다. 일단 맛있는 걸 먹어보자. 혼자 호기롭게 들어선 레스토랑의 맞은편 좌석엔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늦었다며, 미안하다며 얘기하며 앉을 것 같다.

이쯤 되면 그냥 외국인 친구들의 약속을 거절하지 않을걸 그랬단 후회가 밀려온다.

어느새 메뉴판에서 고심해서 고른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가 먹음직스럽게 놓였다. 배부르게 잘 먹겠습니다.

외로움이 생각날 틈을 주지 않게 배불리 야무지게 먹어본다. 추운 겨울 배고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크리스마스는 축복받은 거라 다시 한번 스스로를 위로한다.








커다란 트리를 마주하며 스스로 선택한 홀로서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쩔 수 없는 외로움, 이제는 이골이 날 때도 됐는데 아직도 낯설다.

때마침 더 거세지는 빗줄기, 홍수가 안 나는 게 어디냐며 위로해 본다. 도로 위 아스팔트의 세찬 빗줄기를 함께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아본다.

시원한 빗소리에 외로움이 씻겨져 나간다. 흘러가버린 물을 따라가 버린 외로움은 더 이상 찾지 않아도 좋겠다.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도 꼭 나쁘지 만은 않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그 순간이 소중하다.


나를 사랑하는 선물의 시간

고요한 나만의 크리스마스를 즐기자.



Photo by pixabay

이전 07화언어 레벨 만렙 상승기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