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서클이 발끝까지 내려온 날이다. 유독 지치고 힘든 날은 왜 집밥이 그리울까. 외국에서의 집밥 먹는 날은 한국식당을 가는 날이다. 동물은 좋아하지만 고기는 못 끊는 이 이중적인 삶이 싫지만, 쓰러질 것 같았다.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지치는 극 I형은 레슨을 1시간만 해도 녹아내리지만, 그래도 고기는 여럿이 먹는 게 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모양새도 나쁘지 않다. 그나마 아는 몇 명의 한국인들에게 SOS를 쳐본다. 같이 별 보러 아니 고기 먹으러 갈래. 번개는 성사되어야 콩이라도 볶아 먹는데, 그날따라 한 명도 시간이 맞지를 않는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인생극장의 주인공 마냥 비장하게 외쳐본다.
그래! 결심했어!
나 혼자 먹는다.
평소 비싸서 내돈내산은 못했던, 회식으로 얻어만 먹던 식당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오늘만은 혼자서 남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는 호사를 누리고 싶다.
만석이다. 먹고 죽은 귀신은 떼깔도 좋다던데, 먹지를 못하게 하다니. 가는 날이 장날이다. 이대로 집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기다리는 것도 싫었다. 점점 뱃가죽은 등으로 가고 있었고, 돌도 씹어먹을 수 있는 좀비는 그저 배부르고 싶은 본능 하나만으로 살아남았다.
다행히 바로 옆에 평소에는 눈길도 안 가던 또 다른 한식당이 반짝인다. 매의 눈으로 한식당 간판을 확인하고 눈을 떠보니 메뉴판을 보고 있다. 고기는 2인분부터 주문이 되는 국룰 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마음은 이미 10인분 정도는 거뜬한 상태이니깐.
왜 배고픔을 채워야 하는가. 혼자 먹는 밥도 소중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밥을 먹어야 몸의 에너지가 채워지고 그 몸의 힘은 움직임을 만들고, 움직임은 머리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생각은 곧 밥심.
요가에서는 차크라(를 통해 몸의 에너지 순환을 설명한다. 차크라는 원 또는 원반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일종의 에너지 저장소이다. 우리 몸 척추를 따라서 7개의 차크라가 존재하고, 단계별로 잘 발달해야 마지막 해탈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에너지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어떤 기운이 너무 넘치거나 부족한 차크라의 고장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 자고 싸고부터 해결이 돼야 그다음 차크라를 다스릴 수 있다.
오랜 몸의 연구 결과를 생각해 보았을 때 확실하다. 공복에는 아무도 날 건드리지 마시오. 배 고프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배고프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짜증이 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본능이었던 것이다.
배가 부르면 앞에 앉아 밥 먹고 있는 남의 편 앞니에 낀 고춧가루도 사랑스럽다.
본능에 충실하자. 먹고 움직이면 해탈의 경지에 오를 것.
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렸고, 4인분을 게눈 감추듯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사장님은 한민족임을 눈치채시고 떡볶이를 서비스로 주셨다. 계 탔다. 일단 먹자.
항상 먹는게 먼저라 음식 사진이 없는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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