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눈 비비며 화장실에 들어설 때 뜨끈하게 데워진 하수구 냄새가 코끝을 깨운다.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막내의 발바닥에 고인 축축한 발고린내가 코끝을 공격한다. 이제라도 맑은 공기를 들이켜 보려 밖으로 내달리자 미세먼지 가득한 흙냄새만 잔뜩 맡았다. 등뒤로 불어오던 운동장 모래 바람이 눈으로 들어올세라 눈을 질끈 감았다. 흙바람이 몰아치며 다가온 봄, 어딘가 유쾌하지만은 않은 냄새들이 봄을 깨웠다.
찝찝한 냄새를 봄비가 가라앉힌다. 어느새 언제 그런 불쾌가 있었냐며 아름다움이 다가섰다. 잠시 눈 돌리니 향기 가득한 세상이다. 개나리의 노랑은 햇살처럼 맑고, 목련은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꽃비를 내렸다. 포도알 송송 열린 무스카리의 은은한 향은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줘보라며 유혹한다. 아무리 맡으려 해도 드러나지 않는 봄의 냄새들도 지천에 널렸다. 이름 모를 들꽃이 알아봐 주기를 바라며 건네는 향기로 속삭인다. 눈 감고도 알아차릴 라일락 향기가 봄의 시간이 농익고 있음을 알린다. 이제 곧 아카시아 꽃 향기에 하얗게 질려버릴 시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