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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Mar 29. 2024

난생처음, 모델

무모한 도전이란 게 이런 걸까. 생각지도 못한 도전을 했다. 우연히 SNS에서 육아 또는 다양한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해 온라인 의류 브랜드 라이브 방송 모델을 뽑는 프로젝트 광고를 봤다. 타오르는 불꽃을 감지하고 바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자기소개를 쓰면서 엄마를 팔았다.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엄마를 보고 용기를 얻었고, 10년간 육아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무용을 다시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이제는 라이브 모델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글만 써서는 안 된다고 인스타도 열심히 해서 자기 PR을 해야 한다는 주변 이야기에 못 찍는 사진을 찍어가며 핸드폰을 붙들고 있던 요즘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한동안 잠식하고 있던 무대 공포증이 극복이 됐는지, 이상한 자신감이 라이브 모델이라는 신세계로 끌고 갔다. 지원서를 떠나보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날씬하고 예쁜 분들이 많으니 당연히 마음을 비우고 있던 어느 날,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올해 활동을 하면 할수록 운이 좋다더니, 40년 만에 사주팔자가 제대로 맞는 건가. 행운이 나에게로 왔다. 추후 스케줄을 알려주겠다는 안내에 언제 촬영을 할까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사이즈 상관없다고 해서 지원했지만, 막상 촬영일이 가까워오자 튼튼한 하체가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폼롤러로 열심히 허벅지를 사정없이 문질렀다. 요가원에 가서는 의욕이 넘쳐 괜히 안 하던 머리서기를 하다가 착지와 함께 입술이 파래져 있는 나를 보고 선생님은 놀라셨고, 얼굴에 실핏줄이 다 터졌다. 며칠 만에 빠질 살이 아니었음에도 1mm라도 사이즈를 줄여보고자 갖은 노력을 했다.


드디어 촬영 날이 다가왔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른 2분은 굉장히 말랐다. 옆에 서 있으면 괜히 몸이 커 보여서 자꾸 주눅이 들었다.  보이는 데만 말라 보이는 튼튼한 하체 덕분에 자칫 옷이 미워 보일까 봐 걱정됐다. 처음이라 두근두근 두근대는 가슴이 자꾸 방해해서 말을 어찌나 버벅거렸는지 모른다.




라이브 방송 모델 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이 너무 멋져서 커다란 몸을 버해 주었다. 정성스럽게 만든 아름다운 옷을 몇 벌씩 입다 보니 자신감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카메라 속 내 모습이 익숙해지자 마음도 편안해졌다.



멋진 옷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말솜씨가 조금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다. 용기 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본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 첫 경험은 언제나 설렌다. 도파민이 온몸에서 샘솟아 감싸 안았다. 한 번 카메라 맛을 봤더니 또 하고 싶다.  다이어트부터 해야겠다. 넓은 어깨뼈는 못 깎아도 살은 깎아 55 사이즈를 만들어야지.


겁도 없이 도전하는 마흔 살, 설렌다.

큰일이다.




대문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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