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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Nov 10. 2024

나만 아는 맛

사람들은 묻는다. 바닷가에 살았는데 왜 회를 안 좋아하느냐고.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다니던 시장에서 커다란 고무통에 담겨 있던 팔딱팔딱 뛰는 생선이 나를 노려보는 게 겁이 나서 그랬을까. 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날 생선의 뽀얀 살을 이로 끊을 때마다 씹히는 비릿한 맛이 왠지 모르게 기분 나빴다. 바다 냄새가 씹히는 맛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바라보는 바다는 한없이 사랑스러웠지만, 바닷물을 통째로 들이키는 맛은 견디기 힘들었다. 아직도 물컹거리고 바다 냄새가 유독 짙은 생미역과 생 굴은 먹지를 못한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우르르 봉고차에 싣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주말마다 나들이를 데리고 다니셨다. 하루는 낚싯대를 챙겨 시내를 벗어났다. 조용한 바닷가 바위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아이들에게 낚싯대를 건네어주셨다. 뾰족한 낚시 바늘에 꿈틀거리는 갯지렁이를 꿰는 법을 알려주셨고, 낚싯대를 멀리 던지는 요령과 어디에 물고기가 많은지를 알려주셨다. 처음으로 낚시를 맛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친구가 휘두르는 낚싯대 줄이 엉켜 내 손가락이 낚시 바늘에 낚이기도 했고, 처음 만져보는 갯지렁이에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자기 키 보다 더 큰 낚싯대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느껴졌고, 철썩철썩 불어오는 파도에 맞서 낚싯대를 뺏기지 않으려 애쓰는 사이 나도 모르는 용기가 샘솟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바늘이 바닷속으로 쑥 들어갔다 톡 올라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숨도 쉬지 않고 숫자를 셌다. 세 번째, 입질이 왔을 때 그때가 낚싯대를 힘차게 끌어올릴 순간이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자 사정없이 줄을 감았다. 낚싯대는 휘어졌고, 물고기는 나를 당겼다. 다시 한번, 낚싯대를 뺏기지 않으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당기고 감고 당기고 감았다. 멀리서 출렁이는 물을 가르며 무언가가 따라오기 시작한다. 팔딱팔딱 물고기다. 수족관 광어도 아니고, 우럭도 아니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의 물고기였다. 이 작은 생물이 나와 힘겨루기를 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한 마리를 시작으로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신나게 잡아 올렸다. 바다는 처음 낚시하는 아이들에게 손맛을 선물했다.


아이들 머릿 수만큼 물고기를 잡았을 즈음, 선생님은 칼을 꺼내 들었다. 능숙하게 대가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냈다. 껍질을 쭈욱 벗겨내고, 대충 물에 휙휙 씻어 숭덩숭덩 살점을 썰어 내밀었다. 너도 나도 한 덩이씩 집어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회라면 질색팔색하던 나도 군침을 꼴깍 삼켰다. 혼자만 못 먹는다 내빼기엔 용기 없는 아이로 비칠까 겁도 났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살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고추장을 풍덩 찍어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낚싯대를 잡던 손맛의 강렬함 때문이었을까, 처음으로 맛본 자연산 회의 맛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은 고기처럼 단단했고, 흐물흐물하지 않았다. 씹을 때마다 비린맛은 느껴지지 안 하고 오히려 고소했다.  


유난히도 더운 여름의 시작이 느껴질 때면 시원한 바다에서 온몸으로 느끼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나만 아는 맛, 그 맛이 그리운 날이다.



그때의 맛은 아니지만 동네에 맛난 횟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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