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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Jun 29. 2023

다시, 39.

며칠 전만 해도 한국 나이 41살. 한국 나이라는 게 없어졌다. 이제는 태어나면 0살, 1년을 살 때마다 1살을 먹는다. 얼떨결에 다시 돌아간 39살, 앞자리가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솔직히 33, 35, 38살 애만 낳다 보내버린 30대가 가끔 허무하게 느껴진다. 거의 10년을 통째로 도둑맞은 느낌이랄까. 다시 돌아가는 40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남짓. 후회 없는 마흔 앓이를 맞이하려면 무얼 해야 할까.


헤프게 살고 싶다.

개인주의를 실천하는 지극히 내적 성향의 인간이다. 지금도 혼자가 좋고, 인간관계는 어색하다. 혼자만 아는 것들을 보여주기 싫어하고,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말들을 수만 가지 숨겨놨다. 글을 쓰면서 변했다. 내 삶을 투영하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게 되자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자꾸자꾸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만 알고 넘어가면 그만인 것들도 자꾸만 떠벌린다. 오지랖은 덤으로 생겼다.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동기들에게 자꾸 글쓰기 공모전 요강을 퍼 나르고, 이것 저것 알게 된 정보들을 물어다 놓는다.


순수함은 잃고 싶지 않다.

어른이 되기 싫은 건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걸 혼자서 할 수 있는 어른이라는 나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한 숫자에 불구한 나이로 치면 중년이다. 애를 낳아야 어른이라는 말도 있다. 애를 셋이나 낳았지만 아직도 애들보다 어설프고 생각이 짧을 때가 많다.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철들기 싫다. 철들면 죽는다는데. 어른이 되는 것과 죽는 것 중에 고르라면 어른이 안되고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근엄진 라테 꼰대라고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순간이 오기 까지는 아이들이 웃을 때 같이 웃어줘야겠다. 신랑한테 어설프게나마 아재개그 드립 치며 장단도 좀 맞춰줘야겠다.


다시 돌아온 마지막 30대를 불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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