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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May 24. 2023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아까 너 데리러 가는데 친구가 넘어져 있더라."

"엄마가 도와줬지?"

"응? 어. 어. 도와줬지."

"역시"

"거기 앞에 턱이 좀 위험해. 너도 조심하라고."


아이의 쌍따봉.

이런 칭찬을 받으려고 한 얘기가 아닌데. 대답은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도와준 게 맞는 걸까.






태권도장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

건물 앞에 한 아이가 넘어져있다. 발목을 접질렸는지  두 손으로 발목을 감싸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태권도장에서 땀 흘리며 뛰어내려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괜찮냐고 하지 않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첫째랑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던 친구다. 방과 후 수업도 같이 한다던 낯익은 아이다.


괜찮냐고 물어봤다.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일어나지를 못한다. 일어날 수 있냐며 다시 물어봤다. 괜찮다 대답은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도와줄까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다. 손을 내밀며 잡고 일어나라 했다. 손을 잡고 힘겹게 일어나는 아이를 보니 손 내밀어보기 잘했다 싶다.

엄마가 계시냐고, 혼자 가는 거냐며 물어봤다.


그 순간, 잽싸게 손을 뿌리친다. 혼자 갈 수 있다고 말을 하며 한걸음 성큼 내딛는다.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다친 거 꼭 얘기하라고.


도와준 게 맞는 걸까. 도와주는 게 맞는 걸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노래가 생각났다.


투니버스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투니버스>


얘~ 친구야, 이리 와~

안 돼요!! (no!)
소중한 내 몸
싫어요!!
누군가 만지려고 할 때
힘차게 소리쳐요
도와주세요!!

안 돼요!! (no!)
모르는 사람
싫어요!
날 데려가려 할 때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크게 크게 소리 질러요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얘~ 친구야, 이리 와~
안 돼요!! (no!)
소중한 내 몸
싫어요!!
누군가 만지려고 할 때
힘차게 소리쳐요
도와주세요!!

안 돼요!! (no!)
모르는 사람
싫어요!
날 데려가려 할 때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크게 크게 소리 질러요
소중한 나의 몸 지켜요~

친구들, 절대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돼!







혼자 집에 가는 그 아이 입장에서는 도와준다는 선의가 경계의 대상이 됐을 수도 있겠다. 도움의 손길이 공포로 다가왔으면 어떻게 하지. 


도움을 주고받는 것오해를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사소한 도움조차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쓰인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되면 모르는 척 지나가야 하는 걸까. 





이 글은 헤드라잇에 게재 중 입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Pa3PDdoc6V95NZBKps7kVA==?uid=67b42f7283a84712ae5bd8a06694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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