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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Jul 04. 2023

어미 새는 목 놓아 울겠지.

첫째와 셋째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갔다.

원장님이 첫째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물어보셨다.


"혹시 얘네들 중에 아는 애들 있니?"


3명의 남자아이들 사진을 보여주셨다. cctv를 확대한 사진이었다. 한 아이는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은 옆모습이었고, 한 아이는 멀리서 찍혀 잘 보이지 않았다. 한 아이는 커다란 파란색 박스를 양손으로 안고 모자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첫째는 유심히 살펴보더니 모른다고 했다.


어린이집 옆에 새끼 새들이 둥지에서 떨어졌나 보다. 원장님은 구청에 신고를 했고, 구청에서는 박스 같은 곳에 보살펴주라 했단다. 어린이집에서는 정성 스래 새끼 새들을 보호했다. 어린이집이 문 닫은 주말, 남자아이 세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박스를 가지고 가버렸다고 한다.


원장님은 새끼들을 찾고 있는 어미새가 걱정되었고, 혹여 새끼 새들이 건강히 있을까 염려하셨다. 그 아이들은 새끼 새들을 왜 데려간 걸까. 키우려고 데려간 걸까. 불쌍해 보여서 데려갔을까.


새끼 새들이 어미 새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비 오늘 오늘, 어미 새는 얼마나 목놓아 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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