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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ug 04. 2024

나만 없어 텐트

2일

둘째 날


오늘은 바다의 해파리 덕분에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밤새도록 에어컨을 껐다 켜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친정인데, 분명 친정인데 피곤하다. 카페인이 필요한 아침이다. 뭐 하러 커피를 사서 먹냐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아침부터 남편을 스타벅스로 출근을 시켰다. 


아침을 먹고 자리를 잡으려면 일찍 나서야 한다며 어릴 적에 부모님이 맨날 데려가던 계곡, 영덕 옥계로 출발했다. 안 돌아다니기로 유명한 우리 다섯 식구는 외갓집 돗자리 하나와 장우산 하나를 싣고 계곡으로 떠났다. 아. 준비를 하긴 했다. 커피 믹스 6개를 타서 냉장고 얼음을 모조리 넣어 챙겼다. 가는 길에 또 스타벅스에 들려 아침에 받은 1+1을 이용해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도 챙겼다. 엄마는 무슨 커피를 그렇게 마시냐며 잔소리 폭격을 날렸다.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소리쳤다.


"다들 이따가 달라고 하기만 해 봐. 안 줄 거야!"

 

그렇게 텐트보다 소중한 커피를 짊어지고 1시간을 달려 계곡에 도착했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이고, 사람들은 제대로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만 없어. 텐트.

괜찮아. 우리에겐 산기슭 자연 그늘이 있으니깐.

어제 바닷가에서 차에 있던 비상용 2단 우산으로도 버텼잖아. 그보다 큰 장우산 2개면 파라솔이지.


적당히 자리를 잡고 물로 뛰어들었다. 수심이 얕아 아이들 놀기 딱 좋았고, 물도 차갑지 않았다. 어른 1명에 아이 1명 짝을 지어 물놀이를 즐겼다.


"물고기 잡고 싶어."


어제 바다에서 미역을 미친 듯이 건져 올리던 둘째의 오늘 타깃은 물고기다. 꼭 잡아야 한다. 차에 있던 잠자리채를 가져왔다. 물고기는 보이지만 어찌나 날쌘지 도통 잡히질 않는다. 손자에게 물고기를 보여주고 싶은 할아버지는 그물로 물고기를 몰고 가는 부자의 뒤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물로 물고기를 몰아주고 한 마리를 얻어오셨다.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는 것이다. 한 마리를 보더니 더 큰 거 더 많이를 외치는 아이는 결국 점심으로 닭백숙을 먹으러 가서 그곳에서 그물을 샀다. 장비도 갖췄겠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10마리를 잡아주겠다며 큰소리쳤다. 결과는 뻔한 스토리. 물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눈먼 고기 한 마리를 잡은 우리 아빠는 그 이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물고기 뒷꽁무니만 쫓아다녔다. 지친 몸으로 우산 아래 튜브를 방석 삼아 앉아 쉬던 아빠는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아빠는 우리의 가족 사진을 찍어주셨다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물에 있었더니 퉁퉁 불은 어묵 다리에 통구이 머리 통이 돼버렸다. 방심했다가 까맣게 타버린 팔, 다리는 오랜만에 어디 다녀온 티가 났다.


차에서 자던 잠이 부족했던 셋째는 결국 저녁을 먹으러 도착한 식당 앞에서 대폭발을 했고, 혼이 난 다음에야 냉면을 흡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 온 딱따기 복숭아 반박스를 깎아 먹으며 TV를 봤다. 평소에 유튜브 안 보여 주는 엄마와 사는 아이들은 흔한 남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깔깔깔 자지러지게 웃는 나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남편의 표정에서 어이없음이 느껴졌다.


오늘도 온 가족은 10시에 바로 잠들었다. 피곤하다. 아직 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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