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김밥계의 장금이인 듯하다. 김밥 드디어 김밥 글을 쓸 수 있는 글감을 첫째가 투척해 줬다.
김밥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김밥 한 줄에는 정성과 영양이 듬뿍 담겨있는 거의 완벽한 음식이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참기름, 깨, 소금을 살짝 넣고 휙휙 저어 창문 앞 시원한 바람에 살짝 식혀둔다. 당근을 채 썰어 볶고, 시금치를 살짝 데쳐 밑간을 좀 하고, 단무지는 물기를 좀 빼놓는다. 햄은 길쭉길쭉 썰어 굽고, 게맛살은 쭉쭉 찢어놓고, 어묵은 간장, 설탕 섞어 자글자글 조려 본다. 계란 풀어 약한 불에 지단을 구우면 재료 준비는 끝이다.
이제 말아보자. 까맣고 단단한 김을 깔아 그 위에 식혀놓은 밥을 올리고, 살살 펴서 준비된 재료를 잘 쌓아본다. 조심히 김 끝자락을 쌓아진 재료 위에 덮고 꾹꾹 눌러가며 김밥을 말아놓는다.
@photo by pixabay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김밥 만드는 법이다. 정성껏 집에서 엄마가 말아주는 김밥, 그건 소풍 때나 먹는 특식 아닌가.
아이가 지금 먹으며 칭찬받은 김밥은 바쁜 아침 아이들이 엄마표 요리 중 최고로 좋아하는 집밥, 조미김 그리고 밥이다.
왜 요리 똥손의 요리는 이런 맛이 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로 논문 한 권을 써볼 참이다. 이론과 실전이 항상 다른 요리똥손은 같은 레시피인데도 맛이 없는 알 수 없는 요리 실력이 항상 의문이다.
브런치 조회수 김밥 전략을 위해 김밥 한번 말아보려 했으나, 옆구리 터진 김밥 아닌 김밥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 내 김밥 실력은 고이 숨겨두기로 했다.
옆구리 터지지 않은 야채 잔뜩 들어간 김밥, 격하게 말고 싶다. 영양 가득한 우리 동네 김밥 맛집 고***에 주문이나 하러 가야겠다.
언젠가 가게 될 소풍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말아 볼게. 김밥.
이런 짧은 글을 써놓고 발행을 눌렀다.
김밥이란 말이 나왔으니 김밥이나 써볼까. 뭐라도 쓰라면서, 뭐라도 쓰지 뭐, 이런 안일한 생각과 부족한 글솜씨는 김밥 치트키는 쓰지 말자는 숨은 의도는 드러내지 못했다. 김밥으로 요행과 관심을 바라며 조회수에 목매는 사람으로 보이기딱 좋게 만들어놨다.
때마침 포항에서 올라온 진짜 포항초를 데쳐 김밥을 진짜 말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이건 온갖 정성이 들어가야 만들 수 있는 김밥에 대한 예의, 브런치에 대한 예의, 진정성 있는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해 마음을 접었다. 뭐든지 주객이 전도된 일은 티가 나게 마련이다. 진짜 정성 들여 만든 요리의 사진을 찍어 정성스럽게 글을 쓰는 건 좋은 글이겠지.김밥 글이나 써볼까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막 나가는 거지 라는 결과만 가져다줬다. 김밥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의 요행과 갈등까지 집어삼키는가.
살짝 글을 내릴까도 생각했다. 이 글은 내리지 않고 계속 놔둘 참이다. 한 번씩 꺼내보며 한심한 자신에게 생각의자가 되어줄 참이다.
때가 되면 김밥에 대한 글을 또 쓸 수 있겠지. 그때는 김밥을 썼는데 김밥이 안 보이는 글을 꼭 써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