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연구 - 제2권
〈플랑드르의 예수 그리스도(Jésus-Christ en Flandre)〉는 1846년에 발표된 소설로, 『인간희극』의 「철학 연구」에 속한다.
실제 집필 연도는 1830년경이지만 1831년으로 기재된 이 소설은 단편 〈플랑드르의 예수 그리스도(Jésus-Christ en Flandre)〉와 〈교회(L'Église)〉를 합쳐 개편한 작품이다. 1831년에 《고슬랭(Gosselin)》에서 〈소설과 철학 이야기(Romans et contes philosophiques)〉에 속해 출판되었다가 이듬해 같은 출판사에서 〈철학 이야기(Contes philosophiques)〉에 속해 출판되었다. 이후 1836년에 《베르데(Werdet)》에서 대규모 개편 과정을 거쳐 1부 ‘교회’와 2부 ‘허상’(L'Hallucination)으로 구성되어 출판되었다. 최종판은 1846년 《퓌른(Furne)》 판으로, 「철학적 연구」로 분류되어 출판되었다. 〈제로(Zéro)〉라는 제목의 단편은 1830년에 발자크가 ‘알코프리바’(Alcofribas)라는 필명으로 주간지 《라 실루엣(La Silhouette)》에 발표했던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전반 프랑스의 여류 시인 마르셀린 데보르드-발모르(Marceline Desbordes-Valmore)에게 헌정되었다.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 플랑드르가 낳은 플랑드르의 딸에게”라는 헌정사를 통해 이 여류 시인과 발자크 사이의 돈독한 우정과 존경이 드러나 있다. 이 여류 시인은 1834년에 발표된 〈절대의 탐구(La Recherche de l'absolu)〉의 배경이 되는 도시인 두에(Douai) 출신이다.
화자는 먼저 이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 “상당히 막연한 시대”라고 언급한다. 이는 종교적인 설화에 시간을 초월한 가치를 부여하는 표현이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로, 그 내용이 조금씩 변형되어 왔다. 따라서 이 이야기를 듣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오래 전, 브라방(Brabant)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플랑드르 해안에서 오스탕드(Ostende)로 향하는 배가 승객들을 싣고 출항을 준비한다. 이 배에는 두 부류의 승객들이 승선해 있다. 배의 뒤쪽에는 젊은 기사와 처자,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주교, 브뤼그(Bruges) 출신의 부르주아와 그의 하인, 루뱅(Louvain) 대학에서 온 의사와 그의 직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부유한 승객들로서 자부심과 학식으로 가득한 도락가들이다. 배의 앞쪽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아낙, 농부와 그의 열 살 난 아들, 그리고 선원 중 하나인 토마(Thomas)가 “공짜로” 배에 태워준 거지 여인이 뱃머리에 걸터앉아 있다.
배가 막 출항하려는 순간에, 낯선 승객 한 명이 승선한다. 그는 선미에는 자리가 없는 걸 확인하고 뱃머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윽고 배는 출항한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갔을 때 바다의 움직임이 거칠어지며 하늘이 위협적으로 다가선다. 이 부분에서 발자크의 묘사는 그가 ‘네덜란드 회화’라고도 일컬으며 찬미했던 플랑드르 회화의 가장 아름다운 풍속화를 방불케 한다. 노련한 선장은 대형 폭풍우의 조짐을 감지하고 승객들에게 이를 알린다. 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폭풍우가 몰아치자 선미에 승선한 승객들은 온갖 두려움의 말들을 쏟아놓는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배의 뒤쪽에 승선한 승객들은 두려움 대신에 “오로지 믿음”으로 하나가 될 준비를 한다.
승객들이 공포로 떨고 있을 때 맨 나중에 배에 올랐던 이방인이 “믿으라. 그러면 구원 받으리라!”라고 외치며 승객들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리스도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서 구원을 확인하게 된다. 이방인은 그리스도의 존재를 믿는 자들만을 이끌고 바다를 걸어서 안전한 육지로 인도한다. 선미에 있던 부자들은 차례로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신실한 이들이 이방인을 따라 도달한 곳에 대성당이 지어졌고, 1793년까지는 대성당 주변의 모래 위에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들이 선연했었는데, 1793년에 수도사들에 의해 지워졌다.
두 번째 이야기는 1830년 혁명 이후의 이야기이다. 바로 이 대성당에 절망적인 상태로 들어선 화자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려던 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어나라! 깨어나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화자는 무덤에서 나온 듯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그녀는 “견뎌내라! 견뎌내라! 그래야 하느니라!”라고 외치며 그를 인도한다.
화자가 그녀를 따라 수도원에서 나오는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지켜 주세요! 나를 지켜 주십시오!”라고 외치며 어느 부유한 노인의 방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그러자 그 노인은 “영원히 지속될 부를 보라! 내 너를 영원히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니 너는 내 아들이노라.”라고 말한다. 그제야 화자는 그녀를 비참한 여인이라 지칭하며 그녀에 대해 설명한다. 그녀는 그녀 자신의 음란한 행동으로 인해 피살된 메살리나(Messaline)였다. 그러면서 화자는 그녀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는 아니냐고 묻는다.
다음으로 우리는 한 노파가 일어서더니 이내 금빛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와 넘실대는 처녀로 돌변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녀는 불타는 검을 하늘을 향해 들어 보이며, “보라! 그리고 믿으라!”라고 외친다. 그러자 수 천 개의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당 안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로 붐비는데, 어떤 이들은 책을 보존하고, 어떤 이들은 연구하고, 또 다른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 사람들 사이로 거대한 동상 세 개가 솟구친다. 그러더니 환상적인 빛이 동상의 아래쪽을 비추는데, “과학, 역사, 문학”이라고 쓰여 있다. 불빛이 사라지고, 노파는 다시 원래의 늙은 모습으로 돌아가더니, 우리에게 “이 땅에는 믿음이 남아 있지 않도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화자는 자신이 목격한 이 광경들이야말로 “모든 권력들 중에서 가장 공정하고 위대하며, 가장 진실하고 생명력 있는 힘”이었다고 언급한다. 바로 이때, 성당 문을 닫으러 온 교구 직원이 화자를 흔들어 깨운다. 화자가 주위를 돌아보니, 대성당이 어둠 속에 잠겨 있다. 화자는 “믿어야 한다! 믿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방금 전에 왕정의 행렬을 목격했으니 이제 우린 교회를 지켜야 한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1831년 2월, 파리 폭동으로 인해 생제르맹-로세루아(Saint-Germain-l'Auxerrois) 교회와 대주교관이 훼손되었다. 이 폭동에 분노한 발자크는 성숙한 시민정신을 촉구했다.
발자크의 종교적 모순을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계몽적인 이야기로 간주할 수 있다. 훗날 사회가 명백한 두 가지 규범인 교회와 왕정에 기반을 둔다고 선언하게 되는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는 볼테르정신에 입각해 거의 반교권주의인 가톨릭교도로서 종교가 서민들을 외면하고 상류층과 공모하느라 시체나 다름없다고 매우 맹렬하게 종교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정반대되는 주장에 따르면, 교회가 부정을 저지른다 해도 그 신성한 광휘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주의적 판단으로는 교회의 미덕은 그대로 보존된다.
▶ 참고 사이트 : 영어판 야후 〈발자크의 인간희극〉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상기 영어판 사이트의 내용을 제가 번역해서 발췌 및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