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은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남긴 19세기 프랑스 소설가이다. 앞서 소개했던 발자크 [인간희극]도, 현재 소개 중인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도, 이제 소개할 모파상의 단편 304편도 우리나라에는 완역되어 있지 않다. 문학적 가치와 사회 정서 등을 고려한 출판사들의 선택적 발간이 그 이유일 것이다.
수 년 전 어느 대학원 연구팀의 의뢰를 받아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 역시 상기 작품들이 국내에 완역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심지어 여러 출판사에서 완역되어 있는데 말이다. 경제적 가치가 최우선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읽혀 씁쓸했다.
그런데 19세기 프랑스 소설의 완역 여부가 도대체 왜 중헌가. 발자크 [인간희극]과 에밀 졸라 [루공-마카르 총서]에 비해 모파상 단편들은 일견 문학적 가치가 덜해 보인다. 문체나 문학 사조 면에서도 진정 그러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건 한두 편만 읽었을 때 그렇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단편 '목걸이'는 모파상의 발뒷꿈치 때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무슨 인문학 석박사 논문도 아니고,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할 바가 아니다. 의뢰를 받고 작업했던 나조차도 굳이 모파상? 하면서 작업을 이어갔는데 수개월이 지나 200편을 넘기자 비로소 무릎이 탁 쳐졌다. 모파상 단편들은 인간 그 잡채다. 304편을 모두 읽고 나면 세상의 모든 인간 군상을 통달한 기분이 든다. 세상이, 그리고 인간이 다시 보인다. 한두 편으로는 관통할 수 없는 고전의 궁극이 완역에 있다.
그리하여 304편 중에 국내 유수 교수, 번역가 들이 이미 번역했던 백여 편의 단편은 빼고 내가 번역 작업했던 백여 편만 여기로 옮겨 심을까 고민하다가, 304편을 모두 옮겨 심기로 결정한다. 304편 전부여야만 보이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기에.
작품 순서는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연도별 순서를 택했다. 기존 번역된 작품은 하단에 참고 문헌이나 사이트 등을 밝혔고, 내가 직접 번역한 작품이든 기존 출간된 작품이든 소제목으로 역자를 분명히 했다. '작품 배경'이나 '분석'이 필요한 주요 작품은 프랑스어판 위키피디아를 번역했거나 참고 문헌에 첨부된 역자의 해설을 빌렸음을 미리 밝힌다. 앞선 [인간희극]이나 [루공-마카르 총서]의 경우 워낙 장편이다 보니 기존 번역서를 옮기더라도 어디까지나 내가 직접 줄거리 방식으로 요약한 일종의 창작문이었지만, 모파상의 경우엔 단편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기존 번역서를 거의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내게 작업을 의뢰했던 대학원 연구팀은 인문학이 아닌 철학 연구팀이었다. 인간 심리에 방점을 찍었던 셈이다. 그러니, 자, 이제 인간 여행을 떠나 보자. 부디 그 여행 끝에 나와 같은 길에 서 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