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년 / 한용택 옮김
〈박제된 손(La Main d'écorché)〉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최초의 작품으로 간주되는 소설로, 1875년에 발표된 환상소설이다. 모파상은 이 단편소설을 1875년에 조제프 프뤼니에(Joseph Prunier)라는 필명으로 로렌(Lorraine)의 지방지인 《봉타 무송 연감(L'Almanach lorrain de Pont-à-Mousson)》에 발표했다. 당시 모파상의 친구인 레옹 퐁텐(Léon Fontaine)의 사촌이 이 연감을 책임지고 있었던 덕분에 발표하게 된 소설이다. 이 소설의 구성요소들은 이후 1883년에 발표된 단편 〈손(La Main)〉에도 적용되었다.
어느 날 저녁, 화자의 몇몇 중학교 동창들이 모인 자리에 갑자기 피에르(Pierre)라는 친구가 방문을 홱 열고 들어왔다. 피에르는 노르망디(Normandie)의 P 마을에서 오는 길이라며 주머니에서 박제된 손 하나를 꺼냈다. 손은 거무튀튀하고 마른데다 매우 길쭉해서 마치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듯이 흉측했다. 쭈글쭈글하고 가는 가죽으로 근육이 팽팽히 당겨진 채 손가락들 끝에는 좁고 누런 손톱이 남아 있었다. 범죄의 인상이 풍기는 형상이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 손은 1736년에 처형된 유명한 범죄자의 손이었다. 그는 자기 아내를 거꾸로 세워 우물에 던져버렸으며, 자기 결혼식 주례를 선 사제를 교회 종탑에 목매달아 죽였다. 그는 이런 죄를 저지른 뒤에도 세계를 유람하면서 12명의 여행자를 약탈했고, 어느 수도원에서는 20명의 수도사들을 연기에 그을리게 했다.
친구들은 경악하며 도대체 그런 끔찍한 걸로 뭘 하려고 하냐고 물었다. 친구는 빚쟁이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집 앞 초인종 스위치에 이걸 걸어둘 작정이라고 답했다. 한 의대생 친구가 원래 살인을 해본 자가 살인을 하는 법이듯, 그 손에는 아마 나쁜 습관이 배어 있을 테고, 또 그 손의 주인이 그 손을 도로 달라고 하면 곤란하니까 그 손을 기독교식으로 땅에 묻으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피에르는 손을 향해 잔을 들더니 그 손의 주인의 다음 방문을 위한 건배하겠다고 외쳤다.
다음날, 화자는 마침 피에르의 집 앞을 지나는 길이라 그에게 들렀다. 피에르는 정말로 집 앞 초인종에 그 손을 걸어 놓았다. 피에르는 화자에게 어젯밤 자정에 누군가 요란하게 초인종을 눌러 나가봤지만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은 초인종 줄에 매달아놓은 손을 당장 치우지 않으면 임대계약을 취소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서 피에르는 그 손을 떼어내, 침대가 있는 구석의 내실 초인종에 매달았다.
다음날 저녁, 화자는 왠지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새벽 6시쯤에서야 겨우 잠이 들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때 방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피에르의 하인이었다. 그는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파랗게 질려 떨면서 피에르가 살해당했다고 울먹였다. 화자는 서둘러 피에르의 집으로 달려갔다. 피에르의 집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경찰들과 의사 둘이 침대 근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에르는 죽지 않았다. 다만 의식 없이 누워 있었고, 소름끼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커다랗게 열린 눈과 확장된 동공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어떤 끔찍한 미지의 물체를 응시하는 것 같았다. 화자가 피에르의 몸을 덮고 있던 시트를 젖히자 그의 목에는 깊이 파고든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연했고, 옷은 핏물로 얼룩져 있었다. 화자는 문득 침대 구석의 초인종을 확인했다. 박제된 손이 사라지고 없었다. 화자는 그저 의사들이 치워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신문에는 이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노르망디의 명문 출신인 피에르라는 젊은 법대생이 밤 10시쯤 집에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정 무렵에 하인은 격렬하게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고, 초인종은 1분쯤 잠잠하더니 다시 울렸다. 평소답지 않게 격렬한 소리에 하인은 공포에 휩싸였고,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15분쯤 뒤에 경찰과 함께 방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방안은 무시무시한 격투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듯 온통 뒤엎어져 헝클어져 있었고, 피에르는 사지가 경직된 채 목에는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깊이 난 상태로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방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손가락 자국으로 보아 가해자가 괴력을 지녔을 것이라 한다. 그 다음날 신문에는 여전히 범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찾지 못한 채 피에르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피에르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되었고, 자신이 항상 유령에 쫓긴다는 생각에 헛소리를 해댔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피에르는 여전히 공포에 휩싸인 채 숨을 거두었다. 그의 부모가 묻혀 있는 노르망디의 P 마을에 그의 시신을 묻기 위해 화자는 입관 후 그의 묘지가 준비되고 있던 현장을 사제와 함께 찾았다. 사제가 기도서를 펴고 기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무덤을 파고 있던 인부들이 그들을 소리쳐 불렀다. 피에르의 무덤을 파고 있던 곳에서 관이 발견된 것이다. 관 뚜껑을 뜯어 젖히자 손목이 잘린 채 노려보는 것 같은 눈을 한 해골이 드러났다. 해골 옆에는 잘린 손이 말라비틀어진 채 놓여 있었다. 사제는 죽은 이의 평화를 기원하며 관 뚜껑을 닫고 피에르의 시신은 다른 곳에 묻자고 제안했다. 화자는 사제에게 해골을 위한 미사를 부탁하며 50프랑을 맡기고 돌아왔다.
모파상의 환상소설은 그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며, 발표연대는 모파상이 작가로 데뷔했던 1875년부터 생전의 마지막 작품이 발표되었던 1890년까지 전 기간에 걸쳐 있다. 환상소설에 공통되는 장르적 특성이 현실과 환상 사이의 주저인 만큼, 〈박제된 손〉의 경우에도 살인사건을 다룸으로써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진정 현실에 속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 인해 긴장감을 유지하는 특징을 지닌다.
모파상은 모호함에 의한 긴장을 담보하는 서술적 장치의 일환으로 화자에게 특별한 위상을 부여한다. 모파상의 환상소설들 속에서는 화자의 존재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직접 기이한 현상들을 경험하는 주인공이든, 아니면 사건을 전해주는 관찰자이든 간에 화자들은 작품 속에서 살아 있는 인간으로 등장하며, 작가는 이 화자들을 통하여 독자에게 사건들을 이야기하게 한다.
이러한 서술 장치는 우선 사건의 사실성을 강조한다. 살과 뼈로 된 살아 있는 화자를 등장시킴으로써 작가는 이야기되는 사건들이 정말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화자들의 존재를 뚜렷이 부각시킴으로써 작가는 이야기되는 현상들에 대한 전모를 독자들의 시야에서 감춘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이기도 한 화자의 시점에 의해 이야기가 서술되고, 기이한 현상에 대한 그들의 주관적인 해석이 제시됨으로써, 독자가 접하게 되는 세계는 화자가 보고 들은 제한된 세계와 일치하게 된다. 전지전능 시점이 배제됨으로써 독자는 화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인지 또는 주인공들의 환상인지, 그리고 주인공들이 정말 미친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특수한 시각의 소유자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과 환상 사이의 모호함은 결국 우리에게 우리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이성적인 과학적인 세계가 절대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모파상의 작품은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환상소설은 그 어느 시대의 서사보다, 그 어느 장르의 서사보다도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에 수렴된다.
그의 작품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단순히 19세기 프랑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다. 살아가면서 익숙해진, 그러나 결코 영원한 진리일 수 없는 우리의 세계관에 물음표를 던지고, 그러한 익숙함에 길들여져 새로움과 진실을 외면하는 게으른 타성과 완고한 두려움을 질책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인 측면에서 볼 때 모파상의 환상소설들은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적, 윤리적 편협성에 대한 간접적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의 감각과 이성이 갖는 불완전성을 가정함으로써, 그리고 사회에서 용인 받지 못하는 변태적 행위를 암시함으로써 그 사회의 타부에 관해 언급하고, 또 그 사회의 윤리에 어긋나는 시각을 병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집단윤리의 고압적 폐쇄성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모파상의 환상소설은 인간을 향해 던져지는 본원적인 질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 형식의 간결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을 향해, 그리고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공간이다.
▶ 참고 문헌 : 〈박제된 손〉, 모파상 저, 한용택 역, 우물이 있는 집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