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7년 / 글섬 옮김
〈성수 수여자(Le Donneur d’eau bénite)〉는 모파상이 1877년 11월 10일에 《모자이크(La Mosaïque)》라는 잡지에 기 드 바르몽(Guy de Valmont)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던 소설이다.
피에르(Pierre)와 잔느(Jeanne) 부부는 늘그막에 장(Jean)이라는 아들을 얻었다. 부부는 이 늦둥이 아들을 애지중지 키웠다. 장이 5세가 되던 해에 마을에 곡마단이 들어와 광장에 막사를 세웠다. 장은 곡마단을 보기 위해 부모 몰래 집을 빠져 나간 뒤 3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부부는 어디에서도 장을 찾을 수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진 부부는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집을 팔고 길을 나섰다. 부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들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절망에 빠진 부부는 울며불며 방방곡곡을 헤매었다.
그렇게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부부는 여전히 장이 살아 있기만을 기원하며 장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부부는 가진 돈이 바닥났고, 농장과 여관을 전전하며 푼돈을 벌다가 피로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자 급기야 구걸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관 주인이 부부에게, 예전에 딸을 잃어버렸던 어떤 사람이 파리에서 딸을 찾아내는 걸 봤다며 파리로 가서 아들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부부는 즉시 파리로 출발했다.
파리에 도착한 부부는 도시의 광활함과 번화함에 놀랍고 두려웠다. 이제는 15년이나 흘러버렸기에 그들은 이제 아들을 발견한다 해도 알아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부부는 매일 모든 광장과 거리를 헤매 다녔다. 매주 일요일엔 교회 입구에서 하루를 보내며 교회를 들고 나는 군중의 면면을 일일이 확인했다. 부부는 그들이 가장 빈번하게 찾았던 교회들 중 한 곳에서 만난 늙은 성수 수여자와 친구가 되었다. 그 역시 부부만큼 고달픈 생을 살아왔던지라 부부와 성수 수여자는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우정이 돈독해졌고, 결국 가난한 성수 수여자가 살고 있던 움막에 세 사람이 함께 살게 되었다. 가끔씩 성수 수여자가 아플 때면 피에르가 그를 대신해 교회로 나가 성수를 수여하는 일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해 겨울은 몹시 혹독하고 곤궁했기에 결국 성수 수여자는 숨을 거두었고, 본당의 신부는 그를 대신할 성수 수여자로 피에르를 지명했다. 그리하여 피에르는 매일 아침 교회 안의 똑같은 의자에 앉아 교회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는 교회를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의 면면을 익혔고,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금세 알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이던 바로 그날에 낯선 여인 두 명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모녀 사이로 보이는 그녀들 뒤로 한 젊은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아마도 두 여인 중에 젊은 여인의 약혼자 같았다. 그런데 피에르는 어디선가 그 청년을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 후로도 청년은 이따금씩 여인들과 함께 교회에 왔고, 그때마다 피에르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을 헤매느라 짜증스러웠다. 결국 피에르는 아내를 불러 혹시 저 청년이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잔느는 잠시 기억을 모으느라 애를 쓰더니 이윽고 그 청년이 남편이 젊었을 적 얼굴을 쏙 빼닮았다는 걸 알아챘다. 청년은 바로 그들의 아들 장이었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피에르는 장의 이름을 불렀다. 청년은 그를 쳐다보았고, 피에르는 장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렀다. 두 여인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청년은 피에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피에르는 다시 한 번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장은 그제야 어렵사리 부모의 이름을 불렀다. 장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지만, 오직 부모의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장은 아버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부부는 과도한 기쁨으로 질식할 것만 같았다.
장은 부모님을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가서 그동안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는 곡마단에게 납치당했고, 그 뒤로 3년 동안 곡마단을 따라 여러 나라를 전전했다. 그러다 곡마단이 뿔뿔이 흩어지게 될 무렵에 어느 성에서 만난 나이든 부인이 장의 선한 품성을 눈여겨보고 곡마단에게 그의 몸값을 치르고 그를 데려갔다. 장은 똑똑했고, 부인은 장을 대학까지 보내주었다.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부인은 전 재산을 장에게 물려주었다. 장 역시 부모를 백방으로 찾으려 애썼지만, 부모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피에르와 잔느라는 이름밖에 없었기에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장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며 착하고 예쁜 약혼녀를 소개했다.
그날 밤 피에르 부부는 감히 잠들지 못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들을 피해 다녔던 행복이 그들이 잠든 사이에 또 다시 그들을 저버릴까 두려워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불행은 거기까지였고, 부부는 죽을 때까지 아들과 함께 행복했다.
▶ 〈Le Donneur d’eau bénite〉 원문 번역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